청와대와 정부가 국내 5대 그룹에 공동 추진할 수 있는 사업 프로젝트를 발굴하라고 요청하고 이를 지원해주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재계에서는 "각자 사활을 걸고 미래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데, 공동 사업을 진행하라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을 무시하는 발상"이란 비판이 나왔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고위 임원을 만난 자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 기업이 혼자 미래를 개척하기는 쉽지 않다"며 "공동으로 미래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5대 그룹 관계자 중 일부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부피, 충전 시간 등의 측면에서 기술을 발전시켜야 할 분야가 많다"며 "새로운 배터리 기술 개발에 공동으로 나설 수 있다"고 답했다고 당시 참석자가 전했다.

하지만 재계에선 "청와대와 정부가 '주요 그룹의 공동 신사업' 추진을 독려하는 것은 4월 총선을 앞두고 '경제 띄우기' 선전용일 뿐, 실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평가했다. 한 재계 고위 인사는 "어느 기업이 미래 대표 먹거리를 다른 대기업과 공동 추진하고 싶겠냐"며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에도 삼성·LG·SK가 이미 각자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다 같이 하나의 신기술 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지난해 11월 5대 그룹과의 회동은) 12월 말 발표하기로 돼 있던 2020년 경제정책 방향 수립을 위해 각계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며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정부가 지원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의미이지, 공동 프로젝트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의무 제출은 아니라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공정경제'를 강조해온 정부가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공동 사업을 지원해주겠다'고 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