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독일, 폴란드 등 유럽 국가에서 한국인 부동산 투자자본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인수액만 15조원이 넘는데, 이는 싱가포르와 중국, 홍콩 투자자들의 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유진투자증권이 지난달 매입한 폴란드 바르샤바의 페닉스(FENIKS) 빌딩.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 제이알투자운용과 함께 독일 자산운용사 패트리지아로부터 폴란드 바르샤바의 대형 오피스 빌딩을 약 700억원에 매입했다. 바르샤바 중심가에 있는 페닉스(FENIKS) 빌딩은 2012년 지어진 건물로 총 임대면적이 1만㎡에 달한다.

이 건물은 폴란드 BOS은행이 오피스 부분 전체를 임차하고 있다. 1층 상가에는 슈퍼마켓·약국·커피숍 등이 입주해 있다. 현재 유진투자증권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셀다운(Sell-down)’을 진행 중이다. 셀다운은 부동산 자산을 인수한 후 사모 또는 공모를 통해 재매각하는 방식의 투자전략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사업성이 좋다고 생각되는 투자 매물을 찾다 보니 좋은 매물이 많은 유럽으로 투자 자본이 쏠리는 것 같다"고 했다.

군인공제회도 지난해 10월 프랑스 라데팡스 지역의 오피스 빌딩인 투어유럽 빌딩에 총 300억원을 투자했다. 이 빌딩은 프랑스 부도심 상업지구에 있다. 군인공제회는 임대수익이 꾸준할 것으로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투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3월 총 37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셀다운 물량 가운데 일부분이다.

한국인 투자자본의 유럽 진출은 이미 타 아시아 국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조사 기관인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RCA)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싱가포르와 중국, 홍콩 투자자들의 투자 총액보다 많은 약 15조3000억원(132억 달러) 어치의 유럽 상업용 부동산을 인수했다.

외신에서도 한국 부동산 자본의 유럽 진출을 주목하고 있다. 영국 자산운용 컨설팅 회사인 로레사 어드바이저리 니콜라스 스피로 대표는 지난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에서 "유럽 국가가 신용등급이 높고 임대기간이 길어 안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점이 한국인 투자자의 이목을 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도 한 몫을 했다"고 덧붙였다.

윤재원 세빌스코리아 해외투자자문 팀장은 "국내 기관 및 증권사들은 작년 한 해 동안 유럽 내 저금리 등을 활용하면서 다수의 부동산에 투자했다"면서 "올해는 유럽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지역으로의 진출도 늘리고, 물류 및 주거용 부동산 등으로 투자처도 다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