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SS 시장 지난해 33.9% 감소
업계 "민간 주도 성장하려면 화재 원인 명확히 규명해야"

정부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2차 조사 발표를 앞두고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2차 조사 결과가 나와야 화재 방지 대책을 세우고 영업과 투자를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ESS 제조·운영이 위축되고 신규 투자가 급감하면서 국내 ESS 시장 규모는 30% 이상 줄었다. 업계는 "ESS 생태계가 더 이상 침체되지 않도록 정부가 하루빨리 명확한 원인을 규명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019년 10월 24일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평안리 소재 풍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화재.

ESS는 태양광·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나 값싼 심야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날씨 등의 상황에 따라 생산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해소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8건의 ESS 화재가 발생하면서 국내 ESS 생태계가 위기를 맞았다. 정부는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를 꾸려 지난해 6월 ‘ESS 사고원인 조사결과 및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5건의 화재가 발생해 ESS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다시 조사에 들어갔고, 설 연휴 전후로 2차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조사가 진행된 약 1년간 ESS 업계의 신규 수주와 투자가 멈춰서면서 시장 규모는 쪼그라들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2일 발표한 ‘국내 ESS 산업 생태계의 위기’ 보고서를 보면 국내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3.7기가와트시(GWh)로, 2018년(5.6GWh)보다 33.9% 감소했다. 글로벌 ESS 시장이 같은 기간 11.6GWh에서 16GWh로 37.9% 성장하는 사이 국내 시장만 역성장한 셈이다.

국내 ESS 시장이 주춤한 사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CATL, 비야디(BYD) 등이 ESS 투자를 확대하면서 업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ESS용 배터리를 만드는 LG화학과 삼성SDI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ESS용 배터리의 국내 판매 실적이 거의 전무했다. 여기에 양사는 지난해 말 ESS 화재 방지와 안전성 강화를 위한 특수 소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일회성 비용이 늘어 4분기 전지사업 실적이 부진했을 전망이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ESS는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어 갈 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았지만 현재는 산업 조기 쇠퇴가 우려된다"며 "정부가 ESS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발화 원인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