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기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늘어나면서 ‘멀티 OTT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선두주자 넷플릭스, 아마존에 이어 디즈니, 애플 등도 OTT 서비스에 뛰어든 가운데, 관련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넷플릭스는 20일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와 계약을 체결해 콘텐츠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디즈니, 애플이 뛰어들면 넷플릭스가 큰 타격을 입는 ‘제로섬 게임’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과 달리 여러 OTT가 공생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입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2017년 언급한 대로 OTT 서비스 이용자들은 다양한 OTT를 함께 이용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美 넷플릭스 이용 경험 85%로 1위 … 아마존 프라임은 65%

21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지난 12개월간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이용된 유료 OTT는 넷플릭스였습니다. 응답자 85%가 넷플릭스 서비스에 돈을 지불했다고 답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마존 프라임을 이용했다는 응답도 65%나 됐다는 점입니다.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아마존 프라임은 넷플릭스와 더불어 OTT 시장의 양대 강자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디즈니가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훌루 역시 52%로 적지 않은 비율을 기록했습니다.

스태티스타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높은 구독률로 인해 넷플릭스의 4분기 실적이 개선됐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당순이익이 전년보다 70% 증가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디즈니, 애플 등 경쟁자들이 등장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넷플릭스 역시 건재하다는 관측입니다.

미국 OTT 이용 패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업계에선 유료 이용자들의 OTT 이용 패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 등 여러 명이 하나의 계정을 공유하는 방식 등으로 콘텐츠 이용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애플 TV 플러스 등 신규 서비스의 가격이 월 4.99달러 수준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여러 OTT 서비스를 중복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거주자의 경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를 유료로 이용하면 월 7.99달러짜리 훌루 서비스를 무료로 즐길 수도 있습니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훌루 등 여러 유료 OTT를 마치 각각 하나의 TV 채널처럼 이용하고 있는 것이죠.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이 주도하는 웨이브(Wavve), KT의 시즌(Seezn) 등 다양한 OTT 서비스가 나왔지만 서로 치열하게 가입자를 뺏기보다 함께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작년 10월 웨이브 출범 이후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는 9만명 늘어 200만명을 넘었고, 웨이브의 유료 이용자 수도 140만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작년 11월 28일 출시된 KT 시즌 역시 출시 2주 만에 신규 유료 가입자 10만명을 모았습니다.

한 OTT 이용자는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한국 콘텐츠나 미국 케이블 방송 ‘HBO’의 드라마를 보기 위해 왓챠플레이에도 가입했다"며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OTT의 경우 무료 콘텐츠를 주로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넷플릭스 지브리 계약… "콘텐츠 경쟁은 지속될 것"

업계에선 OTT 시장 전체가 커지는 중엔 멀티 OTT 추세가 이어지겠지만, 시장이 포화에 이르면 도태되는 업체들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이 나쁘지 않더라도 향후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꾸준히 콘텐츠를 제작·조달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입니다. 스태티스타는 글로벌 OTT 시장 매출이 2019년 850억달러(약 99조원)에서 2024년 1588억달러(약 185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글로벌 OTT 매출 전망.

업계 1위인 넷플릭스가 최근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와 손잡고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밝힌 게 대표적입니다. 넷플릭스는 미국과 캐나다, 일본 넷플릭스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만 지브리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한국에선 오는 2월 1일부터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의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 등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오는 4월까지 순차적으로 총 21개 작품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러 OTT를 TV 채널처럼 이용하는 시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양질의 콘텐츠 조달, 제작 투자 여력이 없는 업체부터 먼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