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경제반등 징후’ 언급 하루만에 마이너스 수출 발표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반등 징후로 지목한 1월 수출이 1~20일까지 전년대비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자동차와 선박의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콕 짚어서 언급한 일(日) 평균 수출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설 연휴 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1~20일 수출 실적이 ‘플러스(+)’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생각하는 것만큼 수출 반등세가 견고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수출 실적 개선을 경제 반등의 징후로 거듭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1월 1~20일(통관기준 잠정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2%(4000만 달러) 감소한 257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28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8억3000만 달러) 증가하면서 무역적자 규모는 약 25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4.5일로 작년과 동일했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수출액은 17억7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소폭(0.2%)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8.7%), 석유제품(19.3%) 등의 수출이 늘어난 반면 승용차(-6.8%), 무선통신기기(-6.2%), 선박(-42.1%) 등은 감소했다. 수출 국가별로 보면 베트남(6.7%), 일본(5.6%), 홍콩(9.9%), 중동(35.0%) 등으로의 수출은 늘었지만 대(對) 중국(-4.7%), 미국(-4.9%), EU(-4.3%), 싱가포르(-15.8%) 수출은 줄었다.

1월 수출은 10일 누적 실적까지는 전년대비 플러스(5.3%)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수출 증가세 덕분이었다. 전문가들은 당초 1월 수출 증가세가 20일 누적 실적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봤다. 작년 2월에 있었던 설 연휴가 올해는 1월(24일~27일)로 앞당겨져 1월 전체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휴 효과 이전까지는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봤던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동차 수출이 준 것은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파업이 영향을 준 부분이 있다. 선박은 인도되는 시점에 수출 실적으로 잡히는데 아직 인도 시기가 되지 않은 선박들이 많아 수출이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연초부터 1일 평균 수출이 증가로 전환되었다"면서 "새해 들어 우리 경제가 나아지고 반등하는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력 제조업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게 큰 힘이다.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세계 업황이 개선되고 있어 2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실적이 좋아지고, 연간 수출 실적도 증가로 반등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연구기관의 대체로 공통된 예측"이라고 낙관적인 경제관을 강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긍정적 징후로 지목한 일 평균 수출은 20일 누적 실적으로는 마이너스(-0.2%)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이미 수출 1~20일 기준 수출 집계가 어느 정도 파악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경제 현실과 어긋난 메시지를 내놨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하루 뒤 오류로 판정될 수 있는 발언을 대통령이 하게 만든 것은 참모진의 무능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수출이 워낙 부진했기 때문에 올해는 수치적으로 플러스가 나타나겠지만, 이를 근거로 경제가 반등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수출 실적은 일별로 집계가 가능한데 상황을 파악하지도 않고, 대통령에게 경제상황과 부합하지 않는 발언을 하게 만든 청와대 경제 참모진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