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다주택자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를 우회하는 대출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우회대출로 수요가 쏠릴 경우 ‘규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최근 온라인 등을 통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상관 없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없이 다주택자도 시세의 80%까지 전세자금대출 가능’이라며 대출 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신용카드 사용금액과 건강보험료, 연금 수령 금액 등 추정소득 자료만 제출해도 대출이 나간다고 했다. 금리는 연 4~6% 수준이다.

이날부터 보증부 전세대출을 받은 뒤 9억원 초과 주택을 매입하거나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면 곧바로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내용의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시행됐다. 그러자 우회대출 상품 광고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블로그와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 올라온 새마을금고 전세자금대출 광고. 20일 하루에만 이런 광고글이 포털에 수백건 올라와 있다.

이 온라인 광고는 새마을금고 대출상담사가 올리고 있었다. 복수의 새마을금고 대출상담사에게 연락해 ‘현재 서울 2주택 보유자이고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수도권 전세에 거주 중인데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한가’를 문의했다. 대출상담사는 소득증빙만 되면 전세보증금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앞서 전북은행도 온라인에 비슷한 내용의 전세자금대출을 광고했었다. 전북은행은 ‘다주택자도 전세보증금의 80%까지 대출 가능’이라고 홍보했다.

새마을금고와 전북은행이 취급하는 전세자금대출은 무보증 신용대출 형태다. 일반 전세자금대출과 달리 보증서 담보 없이 무보증 신용대출 형태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대신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설정해 임차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집주인에게 준 보증금에 대한 채권이 해당 금융회사에게 가는 방식이다. 이번에 정부가 규제를 적용한 전세자금대출은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서 보증서를 끊은 뒤 대출을 받는 상품이다.

새마을금고는 상호금융업권이라 시중은행보다 DSR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받는다. 현재 은행권은 40%, 비은행권은 60%의 DSR를 각각 적용받는다. 새마을금고 대출 모집인이 ‘DSR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광고하는 것은 차주의 소득 산정에 편법을 쓰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새마을금고 전세대출 상품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금액과 건강보험료, 연금 수령 금액 등 추정소득 자료를 제출받아 차주의 소득을 추산한다. DSR은 모든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지표다. 따라서 차주의 소득을 과대 추산할 경우 DSR도 그만큼 올라가게 된다.

새마을금고의 상품은 대출 잔액이 남아있지 않은 차주에게 전세자금대출을 80%까지 해줄 수 있다는 전북은행 상품과는 차이가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정부 규제를 우회한 대출 상품이 계속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규제가 느슨한 제 2금융권이나 사금융에서 규제를 우회한 상품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회할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새로운 시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개입할 때는 이미 풍선이 부풀어 오른 상태일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보증 제한 규제를 회피하거나 우회하는 전세대출행위를 제한해 나갈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모집‧창구판매 행태, 대출한도 등 요건완화 여부, 고액전세자 이용상황 등을 분석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금융회사에 대한 공적보증공급 제한 등 추가조치를 시행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