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호 중 쪽방 주민 재입주하는 임대주택은 370호
주거 면적 2~3배 ↑, 한 달 임대료 22만원→3만~4만원

서울 영등포 일대 1만㎡ 규모 쪽방촌에 쪽방 주민들이 입주할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 370호와 신혼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 220호, 분양주택 600호까지 총 1200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이 추진된다. 2021년부터 지구 계획 수립과 보상 등의 절차를 거쳐 2023년 입주를 목표로 추진된다. 쪽방 주민들을 위한 영구임대주택의 주거 면적은 현재의 2~3배 수준인 15.87㎡(약 4.8평)로, 현재 22만원 안팎인 한 달 임대료는 3만~4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1970년대 집창촌, 여인숙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영등포 쪽방촌은 급속한 도시화·산업화로 밀려난 도시 빈곤층이 대거 몰려 있는 지역이다. 쪽방은 6.6㎡(2평)보다 작은 방에 부엌, 화장실 등이 갖춰지지 않은 주거 공간으로, 세입자는 보증금 없이 월세(또는 일세)를 낸다.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낡고 부실한 취약한 주거지다.

쪽방 주거환경 개선 계획도.

국토교통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사업구역은 2개 블록으로, 복합시설1에는 쪽방주민들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370호와 신혼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 220호를, 복합시설2에는 분양주택 600호를 공급한다.

사업 시행자로 참여하는 영등포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영등포 쪽방촌 정비’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자리에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변창흠 LH 사장, 김세용 SH 사장 등과 무료급식·진료 등을 통해 쪽방주민을 지원하고 있는 민간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영등포 쪽방촌에는 현재 360여명이 살고 있다. 한 달 평균 임대료는 22만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3.3㎡당 임대료가 10만∼20만원 수준으로 서울 강남 고급주택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단열·단음·난방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위생 상태도 매우 열악하다. 무료급식소와 무료진료소 등에서 쪽방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화재, 범죄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알코올 중독, 우울증 등 질병으로 인한 주민들의 자살이나 고독사가 발생하고 있다.

국토부는 쪽방촌을 정비한 후 이곳에 살던 주민들이 다시 돌아와 살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쪽방촌 근처 건물을 리모델링해 ‘이주단지’를 조성한다. 정비 사업 기간 중에 쪽방 주민들이 이주단지에 임시로 살다 공공주택이 다 지어지면 영구임대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조감도.

지난 2015년에도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했지만 쪽방주민 이주대책이 부족해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영구임대주택 입주를 마치면 이주단지는 철거하고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와 서울시·영등포구·LH·SH와 민간 돌봄 시설이 참여하는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 추진 민·관·공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쪽방촌 주민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해도 보증금이나 이사비가 없어 입주를 포기하거나, 익숙한 동네에서 정든 이웃들과 계속 함께 살고 싶어 이주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쪽방 주민들의 눈높이와 요구에 맞는 실질적인 주거지원 대책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쪽방 주민들은 기존 쪽방보다 2~3배 넓고 쾌적한 공간을 현재의 2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면서 "영구임대주택 보증금은 공공주택사업의 세입자 이주대책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토지이용구상안.

영구임대단지에는 쪽방 주민들의 자활·취업 등을 지원하는 종합복지센터를 설치한다. 그간 이곳 주민들에게 무료 급식·진료 등을 제공한 돌봄 시설도 다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돌봄 시설은 쪽방 주민 뿐 아니라 주변에 머무르던 노숙인들을 위한 자활·상담, 무료 급식·진료도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업으로 노숙인 보호·지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행복주택단지에는 국공립 유치원, 도서관, 주민카페 등 편의시설을 설치한다.

전국에는 쪽방촌이 서울 5곳, 부산 2곳, 인천·대전·대구에 각 1곳씩 총 10개 있다. 국토부는 이 쪽방촌들을 단계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나머지 4개 쪽방촌 중 돈의동 쪽방촌에서는 도시재생사업(새뜰마을사업)과 주거복지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역·남대문·창신동 쪽방촌은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단계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쪽방은 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노숙 직전의, 우리 사회 가장 낮은 주거지"라면서 "정부는 지난 50년간 방치돼 왔던 1만㎡의 쪽방촌을 공공주택사업으로 정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