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3번에 걸쳐 축소·은폐하고, 결국 폐쇄를 강행한 전모가 드러났다.

19일 국회 정유섭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사회가 월성 1호기 폐쇄를 의결하기 석 달 전인 2018년 3월, 계속 가동 이익이 3707억원에 달한다는 자체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지금까지 월성 1호기의 계속 가동 이익이 224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외부 회계법인이 처음 분석했던 계속 가동 이익이 1778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본지 보도(1월 14일 자 A1·10면)로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엔 보도에 앞선 자체 경제성 분석 결과 보도 내용보다도 경제성이 2000억원 가까이 더 많았던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즉, 한수원은 월성 1호기 경제성(계속 가동 때 이익)을 3707억원(2018년 3월 자체 분석보고서)→1778억원(5월 삼덕회계법인 분석)→224억원(5월 14일 삼덕회계 최종 보고서)으로 연이어 낮춰 잡다가, 2018년 6월 긴급 이사회를 열어 경제성이 없다며 조기 폐쇄키로 결정한 것이다. 이 이사회 때 한수원은 이사들에게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정책을 수립하고, 공문(公文)으로 이의 이행을 요청했다"며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보여주지도 않은 채 표결을 강행했다.

◇사흘 만에 뒤집힌 용역보고서

7000억원을 들여 전면 보수한 월성 1호기는 2022년 11월까지 계속 가동하는 데 안전성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자 정부와 한수원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조기 폐쇄를 강행했다. 한수원 '월성 1호기 정부 정책 이행 검토를 위한 TF(태스크포스)'는 지난 2018년 3월 '월성 1호기 계속 가동 타당성 검토를 위한 경제성 검토' 보고서를 작성했다. TF는 재가동 가능 시점인 2018년 7월부터 설계 수명 만료 시한인 2022년 11월 20일까지 계속 가동했을 때와 즉시 정지했을 때의 편익을 비교·분석해, 계속 운전 때 편익 1868억원, 즉시 정지 때 손실 1839억원을 합쳐, 계속 가동하는 것이 3707억원 이득이라고 분석했다. TF는 정부가 2017년 말 수립한 '8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사용한 원전 이용률 85%와 2017년 원전의 전력 판매 단가인 Kwh(킬로와트시)당 60.82원을 적용해 분석했다.

그러나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은 2018년 4월 탈(脫)원전 정책에 적극적 입장이던 정재훈 사장이 한수원 신임사장으로 부임한 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삼덕회계법인은 2018년 5월 내놓은 경제성 평가 용역 보고서 초안에서 원전 이용률 70%를 적용, 계속 가동이 1778억원 이득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2018년 5월 11일 산업부와 한수원, 삼덕회계법인은 검토 회의를 연 뒤, 원전 이용률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전력 판매 단가는 Kwh당 55.96원에서 시작해 2022년 48.78원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가정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최종 보고서에서 계속 가동 이득은 224억원으로 급락했다. 1억3000만원짜리 삼덕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 보고서가 3일 만에 뒤집힌 것이다.

◇한수원, TF 보고서를 "개인 참고용"

산업부와 한수원은 외부 회계법인의 평가에 개입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축소·왜곡했다는 지적에 대해 "경제성 평가 전제 변경엔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월성 1호기 계속 가동 이득을 3707억원으로 분석한 자체 보고서에 대해서는 "직원이 개인 참고(스터디)용으로 작성한 자료"라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은 "해당 보고서는 TF 팀장인 기술본부장에게 보고됐고, 이후 4월 취임한 정재훈 신임 사장에게까지 보고됐다"며 "정부와 한수원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자체 분석 결과를 은폐하고, 왜곡·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최근 3년·5년·10년 이용률을 고려했을 때, 이용률을 60%로 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2016년은 경주 지진에 대한 점검 차원에서 안전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가동 중지 기간이 길었고, 2017년엔 계획 예방 정비 이후 탈원전 정책으로 재가동을 하지 않아 이용률이 떨어졌던 것뿐"이라며 "전면 보수해 재가동을 시작한 2015년 이용률은 95.8%에 달했다"고 말했다. 2001~2017년 평균 이용률은 79%였다.

원전 전문가들은 "경제성 검토 기본 전제를 몇 차례나 멋대로 바꾸고, 그 평가 결과까지 은폐 조작해 원전을 폐쇄시킨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론보도] 「3707억→1778억→224억, 월성1호기 경제성 축소 논란」 관련

본지는 지난 1월 20일자 「3707억→1778억→224억, 월성1호기 경제성 축소 논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월성1호기 폐쇄를 의결하기 위해 외부 회계법인의 평가에 개입해 경제성을 축소·은폐한 정황이 있다’라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수원과 산자부는 "최종 보고서에 기재된 가동이익 224억 원과 관련해, 이용률은 월성1호기의 최근 3년(57.5%), 5년(60.4%), 10년(59.9%)의 평균 이용률을 고려해 60%를 중립 시나리오로 설정한 것이고

, 판매단가는 2017년 8월에 작성된 ‘2017년~2021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른 단가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이며, 3,707억 원, 1,778억 원, 224억 원이라는 금액은 적용 변수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수치를 단순 비교하여 경제성이 조작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