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경기 화성시 황계동, 이재훈씨의 배[梨] 농장. 수원시 군 공항 남쪽 펜스 앞으로 흐르는 황구지천을 경계로 북쪽은 수원시, 남쪽은 화성시다. 과수원을 둘러싸고 탄약고와 유류 저장고와 군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사용하는 활주로 유도등이 보였다. 이씨는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는 소음 때문에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 수원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인 화성시 화옹지구 전경. 1991년부터 화성방조제를 쌓고 매립한 1800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간척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구 밀집 지역인 경기 남부 지역에 자리 잡은 경기 수원 군 공항 이전 문제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원시는 "군 공항 때문에 수원·화성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하니 서해안 간척지인 화성 화옹지구로 공항을 이전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화성시는 "수원의 기피 시설을 화성이 받을 수는 없다"고 반대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017년 국방부가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예비 이전 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선정하기는 했지만 사업은 제자리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경기 남부 지역에선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통합한 '경기 남부 국제공항'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 공항의 군용 활주로를 민간이 공유하는 국제공항으로 만들자는 것이 요지다. 2019년 초부터 학계와 공항 전문가들이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경기 남부 주민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인천공항 2028년이면 포화"

'경기 남부 국제공항'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우선 수도권 인구 대비 공항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인구 26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항은 인천·김포 두 군데뿐이다. 그중에서도 경기 남부 15개 지자체는 인구가 750만명에 달한다. 어쩔 수 없이 1~2시간 거리인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인구 516만명인 전남·전북에 군산·광주·무안·여수공항이 있고, 새만금 공항도 추진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구 밀집 지역인 경기 남부에 국제공항 건설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평가다.

김한용 항공정책포럼 위원은 "현재 인천공항 여객 수요 증가 속도를 보면 2028년쯤에는 이용객 수가 인천공항의 최대 여객 처리 능력을 넘어설 것"이라며 "지금부터 새로운 수도권 국제공항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화성의 삼성전자, 용인 SK하이닉스 등의 항공 물류를 가까운 경기 남부 신공항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IT 제품의 운송은 반드시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므로 경기 남부권에 공항이 있으면 유리하다. 또 국제 민간 공항이 들어서면 예비 이전 후보지인 화성시가 추진하는 전곡항·궁평항 등 관광 산업 육성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화성시 역점 사업인 송산 국제테마파크의 경우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므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송산 국제테마파크는 화옹지구 예비 이전 후보지로부터 15㎞ 정도 떨어진 송산그린시티 인근에 418만㎡ 규모로 조성한다. 화성시는 2026년 1단계 개장 이후 연간 1900만명에 달하는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5조원 드는 공항 2500억원이면 충분

수원 군 공항의 예비 이전 후보지인 화성시 화옹지구에 민간 공항을 함께 건설할 경우 신규 공항을 설치하는 것과 비교해 비용 절감 효과가 매우 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보통 수도권에 민간 공항을 짓는 데 들어가는 사업비는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간척지로 조성된 사업 부지에 군 활주로를 공용으로 이용하고, 민간 공항을 위해 터미널과 주차장 정도만 추가하면 되므로 2500억원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옹지구로 군 공항을 이전한다면 새로운 공항에서 같은 피해가 발생하는 것 아닐까? 이에 대해 수원시는 "예정 후보지가 간척지이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수원시는 소음 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의 주거용 건물을 별도 보상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화성시가 민간 공항을 함께 짓는 안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군 공항 특별법에 따라 이전 후보지가 결정되면 지원 계획 수립과 주민 투표를 통해 이전을 최종 결정하도록 하지만 화성시의 반대로 설명회 등의 필요한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최인성 경기도발전위원회 회장은 "경기 남부 민간 통합 공항의 경제 효과가 제대로 알려지면 화성시의 여론도 바뀌고 경기 남부 지역 주민들의 호응도도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