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니 이전보다 계산이 복잡해지죠."
"입찰 공고가 늦어지면서 사업제안서 제출 기한이 매우 촉박해졌습니다."

면세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기다리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 운영 입찰 공고가 17일 공개됐다. 사업권을 사수하고 확대하려는 기존 빅3 업체(롯데·신라·신세계)에 현대백화점도 합류해 입찰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17일 인천공항공사는 제1여객터미널 4기 면세점 사업 운영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게시했다. 입찰 대상 사업권은 대기업 5개, 중소·중견기업 3개 등 총 8개다. 대기업은 제1터미널 향수·화장품을 판매하는 DF2(서편), 주류·담배·식품을 파는 DF3(동편 탑승동)와 DF4(서편), 패션 및 기타 물품을 판매하는 DF6(동편 탄습동)와 DF7(서편) 등 5곳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낙찰된 사업자는 오는 9월부터 영업을 하게 된다. 계약기간은 5년이지만, 평가결과를 충족하는 사업자가 요청하는 경우 추가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최대 10년간 운영이 가능한 셈이다.

면세업계는 공고 후 사업제안서 제출까지 기간이 지난번 입찰보다 시간이 촉박해졌다고 토로한다. 인천공항공사가 3기 면세점 사업 운영자 선정을 했을 당시에는 공고 후 사업제안서 제출까지 57일 줬지만, 이번에는 42일뿐이다. 이번 입찰 참가 등록은 다음달 26일까지며 사업제안서 및 가격입찰서 제출은 다음 달 27일까지다.

이번 입찰에서 면세업체들이 가장 예상치 못한 것은 인천공항공사가 DF3과 DF6 구역 일부를 신세계가 운영하던 탑승동 주류·담배·식품 4개 매장, 패션 기타 6개 매장의 운영권에 포함한 점이다. 해당 매장 중 주류·담배·식품 매장은 신세계 면세사업권이 만료되는 2023년 8월 이후 DF3사업권에, 패션 기타는 DF6에 넘어가게 된다.

인천공항공사는 탑승동 매출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유찰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구매력이 높은 동측 구역 사업권과 묶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세계면세점 입장에서는 이번 입찰전 후 사업권이 2023년 7월 이후 누구한테 넘어갈지 뻔히 알면서 영업을 해야 해 김빠지게 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사업 기간이 남아있는 구역을 입찰공고에 포함시킨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며 "2023년에 시장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참여 사업자들은 이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인천공항공사 입장에서는 이번에 한 번에 입찰을 진행하면 편하겠지만, 면세업체 입장에서는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2015년 인천공항공사가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관세청에 넘긴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인천공항공사가 단수의 낙찰자를 선정한다. 공사는 사업제안서 60%, 입찰가격 40% 비율로 평가한다. 이후 관세청이 인천공항공사가 선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대상으로 면세 특허 부여 여부를 결정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결국 인천공항공사의 입김이 커지는 것"이라며 "입찰가격이 평가의 40%지만, 경쟁이 치열치면 임대료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료 산정방식에 대해서도 면세업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산정 방식을 입찰로 결정되는 1차년도 임대료를 기준으로 매년 여객증감율에 연동해 조정하기로 했다. 여객증감율은 50%만 적용한다. 이같은 임대료 납부 방식을 최소보장금이라고 부른다. 다만, 최소보장금보다 1년차 매출액과 영업요율을 곱한 금액이 높다면 더 높은 금액을 공사에 내야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객이 늘어난다고해서 면세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객증감이 아닌 면세 매출에 연동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인천공항공사 수익이 최대로 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2015년 낙찰때와 마찬가지로 대기업의 경우 상이한 사업권에 대해서는 중복낙찰이 가능하지만, 동일품목 중복낙찰은 금지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같은 품목이라도 A사가 하는 곳과 B사가 하는 곳을 선택해야 하고, 기존에 판매하던 품목도 같은 구역에서 하는 게 좋을지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며 "최대 3개 사업권 낙찰이 가능하지만, 눈치게임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지난해 총 매출은 2조6000억원으로, 전 세계 면세점 중 1위다. 면세업계가 인천공항공사 입찰전에 총력을 다하는 이유는 인천공항에 면세점이 입점되면 유치하기 어려운 브랜드의 계약이 수월해지고, 운영하는 시내면세점 입점도 함께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매하는 물건 규모가 커져 협상력이 커지는 '바잉파워(buying power·구매력)' 면에서도 유리하며 전 세계인들에게 브랜드를 홍보할 수도 있다.

올해도 치열한 입찰전이 예상된다. 신라면세점은 현재 운영 중인 3개 구역이 모두 입찰 대상이라 이를 지키고 구역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3개 구역을 철수하면서 점유율이 줄어든 롯데면세점도 이번 입찰전에 최선을 다할 모습이다. 이들과 함께 '빅3' 면세점에 안착한 신세계면세점도 이번 입찰전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중요하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관련 내용 살펴본 후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