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반작용으로 크게 오르고 있는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도 정부가 대출 규제를 내놓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 구간 아파트 가격의 오름세도 조만간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초고강도 대책으로 불리는 12·16 부동산 대책 후 약 한 달을 맞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9억이하 주택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사기 위한 대출을 금지하고, 9억~15억원 구간의 주택담보 대출 한도를 낮추는 12·16 대책을 발표한 이후 규제 영향을 덜 받은 9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은 크게 오르는 중이다.

KB국민은행이 지난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을 전수조사한 결과 9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의 상승 폭은 전주 0.26%에서 0.28%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의 아파트값 상승 폭이 같은 기간 0.33%에서 0.25%로 축소된 것과 대조된다.

서울의 경우 성북구(0.77%)와 동대문구(0.69%), 영등포구(0.51%) 등의 9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는 대출규제로 풍선효과가 생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대책이 나올 수 있음을 암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대책(12.16대책)은 9억원 이상 주택과 다주택 소유자에 초점을 맞췄다"며 "9억원 이하 주택에 풍선효과가 나타나든가 전셋값이 오르는 등 정책 의도와는 다른 효과도 생길 수 있어 그 지점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언제든 보완대책을 강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규제가 예고되자 일각에서는 풍선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비규제지역의 중저가 아파트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풍선은 작은 자극만으로 터질 수 있기 때문에 풍선효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는 떨어지는데 중저가 아파트만 오르는 현상이 계속 나타나기는 힘들다"면서 "9억원 이하 아파트도 고가주택 못지 않게 많이 올랐고, 시장을 이끌어가는 주도 아파트도 아닐 가능성이 높아 결국 주도주의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도 "서울 주요 지역은 수요가 꾸준해 규제 정책으로 단기적으로 주택가격이 주춤해도 반등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그 외 단기간에 호가가 뛰는 지역들은 대부분 투자수요이기 때문에 풍선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부동산 전문위원은 "경기 신도시나 교통 수혜지역 등을 중심으로 9억원 이하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맞지만, 그 외 지역의 경우 12.16대책 이후 약세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전체적으로 9억 이하 시장은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