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쌍용차의 최대 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파완 고엔카 사장이 서울 여의도 KDB 산업은행 본사로 들어서고 있다.

"쌍용차가 정상화되도록 지원해달라."

16일 쌍용차의 모(母)기업인 인도 마힌드라그룹 파완 고엔카 사장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이동걸 산업은행장을 1시간 반 동안 면담했다. 이날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에 대한 투자 의지를 밝힌 뒤, 쌍용차에 추가 대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지난해 이미 쌍용차에 1000억원의 대출을 해줬지만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마힌드라그룹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또다시 손을 벌리는 것은, 우리 정부가 2018년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개입하면서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고자 복직 개입 후 호구 됐나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9월 쌍용차 해고자 전원 복직을 결정한 '노노사정 합의'를 주도했다. 당시 쌍용차에는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이후 해결되지 않은 119명의 해고자 문제가 있었다. 이들이 민주노총 산하에 남아 10년째 복직 투쟁을 벌이자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7월, 인도 방문 중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를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곧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이 문제에 개입했고, 정부·민주노총·쌍용차 노사가 119명을 전원 복직시키는 데 합의했다.

당시 쌍용차는 복직자를 받을 여력이 없었다. 평균 연봉이 8900만원(2018년 기준)인 쌍용차가 119명의 인력을 새로 받으면 연간 약 100억원의 비용이 더 든다. 이에 정부는 쌍용차 부담을 줄여줄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산업은행은 신차 개발 자금으로 1000억원을 5년 만기로 대출해줬다. 하지만 신차를 한 대 개발하는 데에는 4~5년간 최소 3500억원, 많게는 5000억원이 들어간다. 마힌드라그룹은 지난해 대주주로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산은의 요청에 따라 500억원을 유상증자했지만 회사 정상화를 이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이번에 마힌드라가 산은에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앞으로도 마힌드라가 필요할 때마다 한국 정부에 손을 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사태 때 산은을 통해 8000억원을 지원하면서 세계 자동차업계에 '요구하면 들어준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정부가 해고자 복직 문제에 개입하면서 발목을 잡힌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과잉 인력 후유증 지속되는 쌍용차

쌍용차는 2007년 이후 한 해(2016년)를 제외하고 흑자를 낸 적이 없다. 투자 지연에 따른 신차 부족 등으로 지난해 약 4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가 늦어지는 데에는 노동계와 정부의 압력에 따른 '과잉 인력 후유증'도 작용하고 있다. 2011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쌍용차는 2009년 구조조정 대상자 중 750여명을 2013년 이후 복직 조치했다. 이들은 근속 연수가 대부분 15년 이상으로 신입 사원 대비 연봉이 2000만~3000만원 더 높다. 이에 따라 쌍용차의 인건비 지출은 2012년 2554억원, 매출 대비 8.9%에서 2018년엔 4497억원, 매출 대비 12.1%까지 높아졌다.

견디다 못한 쌍용차는 최근 사무직 인력 30%에 대해 월급의 70%만 받는 순환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복직시킨 119명 중 46명은 결국 일감을 주지 못해, 무급 휴직을 유급 휴직으로만 전환했다. 복직자 중에는 2009년 쌍용차 옥쇄 파업을 주도했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포함돼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에 휘둘려 10여년 전 위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