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모(某) 그룹 회장이 부인과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는데 저도 그런 심정입니다."

롯데 신동빈〈사진〉 회장이 15일 열린 2020 상반기 롯데 사장단 회의(VCM)에서 대표이사들을 앞에 두고 한 말이다. 신 회장이 언급한 '모 그룹 회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경영진을 불러모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말하며 신경영 선언을 했다.

롯데 사장단 회의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 계열사 사장단, 임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장단 회의 마지막 순서로 연단에 오른 신 회장은 "오늘은 듣기 좋은 이야기를 드리지는 못할 것 같다"며 20여 분 동안 쓴소리를 쏟아냈다. 신 회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은 과거 우리가 극복했던 외환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일부 계열사를 찍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유통 부문과 화학 부문의 실적이 동반 하락한 것은 그룹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의 경쟁력으로는 두 사업 부문이 그룹의 성장을 이끌기엔 역부족"이라고 했고, 식품 부문에 대해선 "지난해 나온 신제품을 떠올려 보면 생각나는 게 없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향인데 이날 회의는 예년과 달리 아주 무거운 분위기에서 긴장감이 감돌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