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개 기업 설문… 최고 불안 요인은 ‘수출경기 둔화’

국내 주요 기업 열 개 중 아홉 개는 올해 경제가 작년과 비슷하거나 나빠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국내 경제에 가장 부담을 주는 불안 요인으로 ‘수출경기 둔화’를 꼽았다. 기업 경영에 가장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분쟁’과 ‘산업경쟁력 약화’를 꼽는 기업이 많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기업 경영환경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 주요 기업 109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올해 국내외 경제 상황과 기업 경영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파악하려는 취지다.

기업들은 올해 국내 경제 회복에 대해 비관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의 88.9%가 상황이 비슷하거나 더 나빠진다고 예상한 것이다. 올해 국내 경제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46.3%로 가장 많았고, 더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한 기업도 42.6%에 달했다.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대답한 기업은 11.1%였다. 세계 경제 역시 응답 기업의 84.4%가 비슷하거나(59.6%) 나빠질 것(24.8%)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주요기업 109개가 응답한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

올해 국내 경제에 가장 부담을 줄 위협요인으로는 ‘수출 경기둔화’가 24.8%로 가장 높았고, ‘민간주체 경제 심리 악화’가 15.6%로 뒤를 이었다.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소비 부진’, ‘투자위축’은 모두 각각 12.8%로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세계 경제 위협요인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62.4%)’, ‘미국 등 선진국 경기둔화(15.6%)’ 등이 거론됐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2% 초반’일 것이라 예상한 기업이 48.6%로 가장 높았고, ‘1% 후반’이 33.9%, ‘1% 중반’이 8.3%로 각각 뒤를 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1%(지난해 12월 전망)로 2019년 1.9%에 비해 소폭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 평가에 대한 질문에는 ‘보통이다(46.1%)’라고 응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별로 만족 못한다(35.3%)’와 ‘매우 만족 못 한다(8.8%)’가 뒤를 이었다. 정부 정책 중 가장 잘하고 있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잘하는 분야가 없다’라고 응답한 비중이 20.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 정책 중 가장 못하고 있는 분야로는 ‘규제정책’과 ‘부동산 및 가계대출 정책’이라는 응답이 각각 27.3%, 23.1%로 가장 많았다.

최저임금 및 주52시간 근로제와 관련, 대부분의 기업은 적정한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은 ‘0~3% 수준(85.0%)’이라고 응답했고,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른 애로 사항으로는 ‘추가고용 등 기업 비용부담 증가(45.2%)’를 꼽았다. 올해 기업 경영에 가장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와 ‘산업경쟁력 약화’가 각각 36.4%, 33.6%로 높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기업은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규제개혁(50.0%)’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외 ‘R&D등 투자 강화(27.4%)’ 등이 뒤를 이었다.

작년 경영실적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43.0%가 예상보다 나쁘다고 답했다. ‘예상 수준이다’라고 응답한 기업도 같은 비중이었다. 경영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기업은 내수 부진을, 예상을 상회하는 성과를 거둔 기업은 수출 호조를 주된 이유로 언급했다.

올해는 대부분의 기업(78.4%)이 작년보다 높은 수준의 경영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국내 주요 기업의 2020년 투자 종합지수도 지난해 하반기 대비 상승했다. 투자실적을 나타내는 투자 추세지수와 투자의욕을 나타내는 투자 심리지수가 모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종합지수는 작년 하반기 106.5p에서 올해 123.5p로 상승했다. 산업별 지수를 살펴보면 정보통신(ICT), 제약/바이오 산업의 투자지수가 각각 161.6p, 155.6p로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식음료, 조선 등의 투자지수는 산업 평균을 하회했다.

보고서는 "대외 불확실성의 리스크가 국내 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고, 국내 경기 회복 도모를 위한 신중한 경제 정책이 요구된다"며 "수출 경기 회복을 위해 통상마찰 방지에 주력하고, 수출 품목 및 시장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투자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규제를 완화해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민간 부문의 경제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