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창업해 모두 상장·매각에 성공한 권도균 프라이머(창업지원기관) 대표, 네이버 CEO(최고경영자)를 지내고 엔젤 투자자로 변신한 김상헌 프라이머 파트너, 벤처투자자로 새 출발 하는 스타트업 업계의 마당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이력도, 전문 분야도 제각각인 세 기업인이 11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서 열린 한국 스타트업 모임 '82스타트업' 무대에 올라, 후배 기업인에게 조언했다.

김상헌 파트너는 "최근 '선호 직업 10위' 뉴스를 봤는데 그중 네 가지를 했더라"며 "2위인 건물주는 가장 최근에 됐고 전문직(한국, 뉴욕주 변호사), 대기업 임원(네이버 대표와 LG 부사장), 공무원(판사)도 해봤다"고 했다. "그런데 1위인 '성공한 창업자'는 못 해서 여기 계신 분들을 못 따라간다"고 하자, 창업자·벤처 관계자 등 300여 관객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서 열린 한인 스타트업 모임 ‘82스타트업’에서 선배 기업인 3명이 후배 창업자에게 조언했다. 왼쪽부터 전자결제서비스 이니시스 창업자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네이버 전 CEO(최고경영자) 김상헌 프라이머 파트너, 라이코스 CEO 출신의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김 파트너는 "네이버 대표를 할 때는 스타트업을 잘 모르기도 했고, '네이버가 왜 다 하려고 하느냐'며 갈등도 많았다"며 "스타트업은 우리와 대척점에 있는 곳이라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이버를 나와, 3년여간 스타트업을 지켜보면서 기존 플레이어가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결국 세상을 바꿀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현재 프라이머를 비롯한 벤처 투자사 9곳에 출자(出資)한 엔젤 투자자(신생 기업에 투자하는 개인)다. 핑크색 여우 캐릭터 '핑크퐁'으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에도 5년 전 투자했다. 그는 "총 15곳에 투자해 2곳은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했고, 1곳은 망했고, 나머지 12곳은 열심히 멘토링을 해주고 있다"며 "처음에는 멋모르고 돈 잘 벌 것 같은 곳에 투자했지만 지금은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곳,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곳에 투자한다"고 했다.

오는 3월 신생 벤처투자사 TBT파트너스의 공동 대표로 합류하는 임정욱 센터장은 "20년 정도 알고 지낸 이람 TBT파트너스 대표가 벤처투자를 시작할 때 도움을 주게 됐고,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와 자연스럽게 투자자로 직업을 전환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기자 출신으로 다음(현 카카오) 본부장, 라이코스 CEO 등을 지냈다. 임 센터장은 "요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창업자들이 얼마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넘치는 시대"라면서도 "일부 창업자는 너무 네트워킹(관계 맺기)에만 몰두해 '저 사람은 인사만 하러 다니지, 실제 뭔가를 만들고는 있나'라는 의심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창업자가 3개월, 6개월 뒤 어떻게 성장했는지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네트워킹과 성장, 둘을 조화롭게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도균 대표는 자신의 투자 판단 실패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알토스벤처스의 한 킴 대표가 토스(핀테크 기업) 이승건 대표를 소개하길래 '한국에서 전자 지불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 이 사업은 안 된다'고 말했다"면서 "제가 가진 '경험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했다. 권 대표는 "데모데이(스타트업의 사업 발표회)에 가보면 각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스타트업이 제각각"이라며 "거꾸로 말하면 창업자들이 투자자에게 자신을 맞추는 대신 나만의 색깔을 명확히 하고 합이 맞는 투자자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