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 중심지 홍콩에서 연 6%가 넘는 예금 금리를 주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다. 중국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뱅크오브차이나 등 대형 기술·금융 기업들이 홍콩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 세계 금융 업체들의 격전지인 홍콩에서 젊은 금융 소비자를 잡기 위한 8개 인터넷은행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계 금융기술(핀테크) 기업인 ‘중안(ZA) 테크놀로지스 인터내셔널 그룹’이 만든 ZA뱅크는 지난달 8개 인터넷은행 중 가장 먼저 시범 영업을 시작했다. ZA뱅크는 2000명을 대상으로 3개월 만기 10만 홍콩달러(약 1500만 원) 한도 정기예금에 최고 연 6.8% 예금 이자를 준다. 기본 금리 2%에 신규 고객 유치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추가 금리 4%를 주는 구조다.

홍콩 시민들이 중국 국영 은행인 뱅크오브차이나 홍콩 지점 앞을 지나고 있다.

홍콩에선 가상은행이라고 부르는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만 예금, 대출 등 모든 은행 거래를 하는 은행이다. 인터넷은행은 지점 운영 비용을 없애 소비자에게 오프라인 은행보다 더 큰 금리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한국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예금 금리 최고 연 2.0%(만기 1년)를 앞세워 문을 열었다. 당시 기존 은행권 평균 예금 금리는 1.5%대였다.

앞서 홍콩의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지난해 3월부터 중안을 비롯해 중국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 텐센트, 샤오미, 핑안보험, 뱅크오브차이나 홍콩,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홍콩 위랩이 각각 주도한 8개 기업에 가상은행 운영 라이선스를 줬다. 홍콩 신분증이 있으면 24시간 언제든지 온라인으로 계좌를 만들 수 있다.

홍콩 시민들이 HSBC그룹 계열사인 항생은행 지점 앞을 지나고 있다.

현재 HSBC나 스탠다드차타드 등 홍콩의 외국계 오프라인 은행들은 정기예금에 연 2% 전후 금리를 주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전통 오프라인 은행과의 경쟁 속에 브랜드를 알리고 초기에 최대한 많은 고객군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예금 금리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직장인 월급 계좌 유치 등을 통해 안정적인 자금력을 갖춰야 대출을 늘려 금리 수익을 낼 수 있다.

홍콩 인터넷은행 등장은 지난해 6월부터 이어진 홍콩 민주화 시위로 늦어졌다. 인터넷은행은 주로 젊은층을 핵심 고객군으로 겨냥하고 있는데, 현재 이들의 관심은 온통 시위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선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다 해도 큰 관심을 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터넷은행이 먼저 생긴 다른 나라의 예금 금리는 최근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일부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대까지 낮추면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중 은행에서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1.6%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