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 이른바 ‘데이터 3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데이터 3법은 특정 개인을 못 알아보게 처리한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해 이를 개인동의 없이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보험사들은 가명정보를 활용해 헬스케어 사업 부문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032830)한화생명(088350)등 생명보험사들은 데이터 3법 통과에 따라 이미 출시된 헬스케어 서비스를 더 정교화하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데이터3법 통과로 어떤 데이터를 새로 사용할 수 있게 될 지, 헬스케어 연관 보험상품을 마련하는 데 어떤 데이터를 삽입해야 할 지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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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보험사들은 계약자가 건강관리를 위해 노력한 것이 인정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출시하는 식으로 헬스케어 산업에 발을 담가왔다. AIA생명의 AIA 바이탈리티 버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AIA생명 소속 보험 설계사가 보험 가입자의 건강관리와 보험료 할인, 리워드 획득 방법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설계사는 고객의 연령, 성별, 활동 지역 등에 따라 연결된다. 설계사는 고객 신체 상태에 맞는 건강관리 팁을 제공하고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얻을 수 있는 리워드를 지속해서 안내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동일 연령대 생체 나이의 평균값, 보험가입자의 위치 등을 이전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서 "보험료와 보험금을 더 세분화해서 책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했다.

이는 보험사나 보험가입자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지금까지 알아내지 못했던 고위험군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더 받아 손해율을 낮출 수 있고, 소비자는 지금까지 실제 위험률보다 더 냈던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앞으로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빅데이터를 보험업에 적용해 매출증대를 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올라이프 보험사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에이즈(HIV/AIDS)나 당뇨병을 가진 사람 중 꾸준히 건강검진과 치료를 받는 사람에 한해 사망 및 장애보장 보험을 제공했다. 유병자를 위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인 셈이다.

글로벌 보험사인 디스커버리와 미국의 생명보험사인 존핸콕,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중국 핑안보험 등은 디지털헬스로 건강생활 습관 기반의 포인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플랫폼 삼아 건강데이터를 접목한 지식 기반 서비스를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B2B2C(기업 간 전자상거래와 기업 대 소비자 전자상거래를 결합시킨 형태의 전자상거래)의 형태로 제공하는 등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과 콘텐츠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헬스케어 분야가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새 먹거리를 책임질 분야"라며 "데이터3법이 그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데이터3법의 세부 규제와 규정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쓸모 있는 데이터 쌓기와 분류에 집중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세부 규제와 규정에 따라 데이터3법의 효과가 배가 될 수도, 무의미해질 수도 있어 당장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긴 어렵고, 허용된 범위에서 개선방향만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데이터3법과 관련해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다면, 해외 사례를 참고해서 어떤 방향으로 풀어주고 옥죄야 할 지에 대한 보험사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