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상급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윤종원 기업은행장 출근저지 시위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국노총은 차기 위원장 선거가 진행 중인데, 위원장 후보들은 모두 당선 후 윤 행장 출근저지에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

기업은행(024110)내에서는 노조 상급단체의 개입으로 윤 행장 출근저지가 과격양상으로 흐를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최근 한노총 위원장 후보들과 잇달아 면담을 갖고 윤 행장 출근저지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면담에서 김만재 후보측과 김동명 후보측은 당선 이후 곧바로 윤 행장 출근 저지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기업은행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융산업노동조합도 윤 행장의 출근저지에 참여하고 있다.

13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정문에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한 바리케이드와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김만재, 김동명 후보 모두 당선 다음날 첫 행보로 윤 행장 출근저지 시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두 후보가 모두 대(對)정부 투쟁 강화를 공약하고 있어 윤 행장 출근 저지에도 대대적인 실력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노총의 임원 선거는 오는 21일이다. 한노총이 윤 행장 출근저지 시위에 참여하게 된다면 시점은 선거 다음 날인 22일이 될 전망이다. 결국 기업은행 노조는 행장 출근저지 시위를 최소 22일까지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번 인사에 대한 정부·여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나오지 않는다면 오는 4월 총선까지 윤 행장 출근저지 시위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일 임명된 윤 행장은 노조의 출근저지 시위에 막혀 아직까지 본점 집무실로 출근하지 못한채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 임시 집무실을 마련하고 업무를 보고 있다. 윤 행장은 노조 측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노조는 거부하고 있다.

노조가 자사 최고경영자(CEO) 출근저지 시위에 금융노조는 물론 한노총까지 끌어들이는 것에 대해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적잖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급단체들 개입으로 윤 행장 출근저지 시위가 과격양상으로 변질될 경우 결국 피해는 기업은행 직원과 중소기업에 돌아간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윤 행장 출근저지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시위 참여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출근저지 시위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외부 세력에 힘을 빌리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사의 문제는 노사 간에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13일 오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대토론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출근저지 시위 결과를 설명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토론회를 계기로 윤 행장과 노조가 갈등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업은행 내에서는 상반기 정기인사 등의 문제를 고려할 때 윤 행장의 정상 출근과 조직 정상화를 바라는 의견이 많다. 기업은행은 통상 1월 중순에 임직원 인사를 한번에 하는 ‘원샷인사’를 진행했었다. 그러나 윤 행장 출근이 지연되면서 인사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석부행장을 비롯해 부행장 5명의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임상현 전무이사(수석부행장)와 배용덕·김창호·오혁수 부행장의 임기가 이달 만료되며, 최현숙 부행장의 임기도 다음 달 끝난다.

계열사 가운데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 시석중 IBK자산운용 대표 등도 임기가 만료됐지만, 임기 연장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