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 등 中에서 임상시험 줄이어
임상규제 완화하는 中정부, 의약시장 300조 규모로 성장

세계 2위의 중국 의약시장(약 300조원) 진출에 나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바이오 산업 분야를 적극적으로 키우겠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한국 기업들에도 매력적인 기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혁신적인 신약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자국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의 임상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임상시험 소요기간을 최대 60일이내로 단축하는 등 임상규제 개혁에 나섰다. 성장 한계에 직면했던 한국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서두르는 배경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최근 중국 국가약품관리국(NMPA)으로부터 SB12 임상시험 신청서(CTA)를 승인받았다.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중국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3종의 임상 3상 시험을 동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NMPA에서 지난해 유방암 치료제 ‘SB3’에 이어 최근 희귀 질환 치료제 ‘SB12’에 대한 임상시험 신청서를 승인 받았으며, 현재는 항암제 ‘SB8’의 임상3상 시험 계획도 신청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SB12’는 미국 알렉시온의 희귀난치성질환인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인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로, 환자 1인당 연간 치료비가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 의약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중국 시장에서도 고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환자들의 수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중국 시장 내부 임상시험을 과감히 추진했다.

항암제 ‘SB8’의 경우, 전이성 대장암과 비소세포폐암 등의 치료에 쓰는 항암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를 말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지난해 중국 ‘3S바이오’와 이 항암제의 중국 내 판권을 위임하고 향후 임상, 허가, 상업화에 대해 협업하는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셀트리온은 중국에서 진행 중인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임상 3상 시험 환자 등록을 마쳤다. 셀트리온은 2017년 5월 중국 현지에서 램시마 임상 1상과 3상 시험 계획을 동시에 승인받았다. 이후 중국과 협의해 임상 3상만 진행하기로 하고 2018년 10월부터 임상 3상을 진행해왔다. 진행 속도가 빠른 이유는 지난해 말 중국에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환자 모집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도 지난달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중국 임상 3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대웅제약은 중국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2개 뿐이라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 바이오시장에 손을 내미는 이유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시한 ‘중국제조 2025’ 정책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혁신 신약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고 해외기업들의 임상시험과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1년 7431억 위안(약 126조 3270억 원)에서 연평균 13%씩 성장해 올해 1조7919억 위안(약 304조 6230억 원) 규모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매년 25%씩 성장해 올해 3333억 위안(56조6610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이후 임상시험 관련 규제 개선안을 14차례 발표했으며 신속한 심사·승인을 위해 전문 인력도 대거 확충했다. 임상시험 심사 인력은 2015년 344명에서 2018년 3월 755명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말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과거 400일까지 소요됐던 심사기간도 지난해 7월부터 60일 이내로 줄였다. 60일 이내에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부정적 의견’만 받지 않는다면 임상시험을 바로 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 아닌 해외에서 진행한 임상 데이터를 인정하고 이를 기초로 중국에서 추가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규제 완화 사례다. NMPA는 2년 전 ‘의약품의 해외 임상시험 데이터 인정 관련 기술지도 원칙’을 발표해 해외 의약품의 중국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다만 이 경우, 기존에 진행했던 임상시험 데이터를 모두 중국에 공개해야 한다.

자율 시장 경쟁을 독려하는 정책도 큰 역할을 했다. 가령, 올해 중국 정부는 복제약(시밀러의약품)을 통해 의약품 가격의 전반적인 하락을 이끄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의약품 가격을 낮춰 대중의 약가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표다.

중국 국가의료보장국 등 9개 부처는 ‘국가 의약품 집중조달을 위한 복제약 사용시범 구역 범위 확대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고 시범적으로 의료기관에서 복제약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전반적인 의약품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정책"이라며 "일부 외자기업은 복제약이 아닌 기존약품인데도, 인하된 가격을 적용해 입찰에 참여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