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서울 도심 아파트값 상승률이 세계 주요 도시의 도심 중 가장 가파르고, 가격도 넷째로 비싸다는 통계가 나왔다.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등 세계적인 도시로 평가받는 곳들을 모두 앞지른 것이다.

9일 국가·도시 통계 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작년 기준 서울 도심의 아파트값은 3.3㎡(평)당 5만268달러(5831만원)로 조사 대상 390개 도시의 도심 중 4위를 기록했다. 서울 도심 아파트값 순위는 2016년만 해도 14위에 불과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만에 '톱 5'로 올라섰다. 또 서울 도심 아파트값은 3년 만에 44.2% 급등했다. 작년 기준 아파트값 상위 10개 도시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뉴욕(14.5%), 파리(16.5%), 도쿄(-5.6%) 등 주요 도시는 물론이며 중국 자본에 집값이 폭등해 사회적 문제가 된 홍콩(29.3%)이나 캐나다 밴쿠버(32.1%)보다도 높다.

보통 아파트값은 비싼 지역에서 먼저 오른 후 주변으로 확산한다는 점에서 도심 아파트값은 부동산 시장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건축 규제 등을 통해 도심 주택 공급을 억제한 것이 서울 집값만 비정상적으로 올리는 '규제의 역설'이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2009년 설립된 넘베오는 생활물가, 교통, 환경, 범죄 등 다양한 분야의 통계를 국가·도시별로 비교할 수 있게 제공한다. 각종 공공·민간 통계와 이용자들이 입력한 정보를 종합해 자료로 만든다. 국내 부동산 통계만큼 정교하진 않지만 집값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넘베오는 '도심'의 범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 시세를 감안하면 서울 강남과 뉴욕 맨해튼 등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심 아파트값은 도시국가인 홍콩(10만1484달러)과 싱가포르(6만5547달러)가 1·2위를 차지했고, 영국 수도 런던(5만5885달러)이 3위였다. 중국 베이징·선전·상하이,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 스위스 제네바 등이 한국의 뒤를 이었다. 도쿄(일본), 파리(프랑스), 시드니(호주)는 10위권 밖이었다. 뉴욕, 도쿄, 파리는 지난해 일본 모리메모리얼재단(MMF)의 '세계 도시 경쟁력 평가'에서 서울(7위)보다 순위가 높았던 곳들이다.

소득 대비 집값 상승도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도심 아파트값의 연간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Price Income Ratio)은 2016년 16.6에서 지난해 20.7로 올랐다. 가구 평균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21년간 모아야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런던은 33.5→21.9로, 뉴욕은 21.6→11.1로, 도쿄는 26→13.8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이 다른 도시들에 비해 유독 급등한 원인으로 '정책 실패'를 꼽는다. 서울 집값을 겨냥한 규제가 오히려 서울 쏠림을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2017년 서울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은 '8·2 대책'이 나오기 전 1년간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5.3%)보다 대책 후 1년간 상승 폭(8.9%)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