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이 고조되며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 주가는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8일 장중 9만9500원을 '터치'하면서 장중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고, 하루 뒤인 9일엔 9만9000원에 마감하면서 종가 기준 최고가 기록도 경신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도 5만8600원까지 오르면서 종전 최고가였던 5만7520원(액면 분할 전 기준 287만6000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두 회사의 주가 상승 배경엔 외국인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8일 삼성전자(2427억원), SK하이닉스(178억원)를 순매수하는 등 1월 들어 9일까지 두 종목을 3500억원가량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했다. '잘나가는' 두 종목의 주가가 더 오를 수 있을까.

◇반도체·스마트폰 이익 늘어 실적 회복

지난해 초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3만원대, 5만원대에 머물렀다. 2018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서 반도체 경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회사의 지난해 실적은 좋지 않았다. 2018년 1~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8조859억원, SK하이닉스는 16조4136억원이었다. 그런데 작년 1~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18년 같은 기간의 42%인 20조6083억원, SK하이닉스는 15%인 2조476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폴드2

그런데 지난 7일 삼성전자가 2019년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실적은 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6조5000억원 수준인 시장 예상치를 10%가량 뛰어넘는 호(好)실적이었다. 삼성전자가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것은 반도체(DS부문)와 스마트폰(IM부문) 사업부의 선전 때문으로 풀이된다. 잠정 실적 발표 때는 사업부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반도체 부문에서 3조원 초·중반, 스마트폰 부문에서 2조원대 후반을 웃도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로 가면서 내림세를 멈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줄었지만, '갤럭시 폴드'나 '갤럭시 노트 10'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가 늘면서 실적이 나아진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영업이익 예상치(4400억원)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회사들은 가격 반등, 수요 개선 등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서 지난 분기 말 무리한 저가 판매를 자제했다"면서 "여기에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재고 자산의 평가 손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이 되돌아오는 등 '일회성 이익'이 발생한다면 실제 발표 이익이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 전망…목표 주가 잇따라 상향 조정

반도체 전문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낸드(NAND) 가격은 작년 말보다 10% 이상 오를 것"이라며 "게임용 그래픽카드 사양이 높아지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을 근거로 두 종목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등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최근 서버 수요가 개선되고, 5세대 이동통신(5G) 수요가 높아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늘었다"면서 "스마트폰 사업은 중저가 모델 구조조정으로 비용 구조가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목표 주가를 6만3000원에서 7만4000원으로 높였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 3분기를 전후로 반도체 평균 판매단가가 상승하면서 이익 개선 폭이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11만원에서 11만5000원으로 올려잡았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수출이 U자형으로 회복할 조짐이 나타나는 등 메모리 사이클 업턴(상승)의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10만원에서 12만5000원으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