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삼성전자·LG전자가 ‘게이밍 모니터’ 대결에 나섰다. 게이밍 모니터는 고성능 프리미엄 제품으로 단가가 높고, 시장 성장도 빠르다. 게이밍 모니터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 하락에 고심하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일(현지 시각) 개막한 CES 2020에서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Odyssey)' 신제품 3종을 첫 공개했다. 오디세이는 삼성전자가 2017년 1월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으로 처음 선보인 브랜드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게이밍 모니터에도 오디세이 브랜드를 일괄 적용할 계획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브랜딩·고급화로 게이밍 모니터 '판'을 키워보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7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삼성전자 게이밍모니터 '오디세이(Odyssey)’ 를 체험하는 관람객.

삼성전자는 CES에서 G9(49형), G7(32형·27형) 등 신제품 3종을 선보였다. G9은 최대 1000니트(nit) 밝기와 5120 x 1440(Dual QHD) 고해상도를 적용했다. 화면 비율은 32:9 울트라 와이드다. G7은 최대 600니트 밝기와 2560 x 1440(QHD) 해상도를 적용한 16:9 와이드 모니터다.

게이밍 모니터는 안쪽으로 휜 커브드(Curved)인 경우가 많다. 몰입감을 높이고, 모니터 위치에 상관 없이 눈과 거리를 동일하게 만들어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G9∙G7은 세계 최고 곡률인 1000R을 구현했다.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의 QLED다.

이 제품은 1ms(1000분의 1초) 응답속도와 240Hz 고주사율를 지원한다. 컴퓨터에서 입력된 화면이 1000분의 1초만에 반영되고, 1초에 화면이 최대 240번 전환돼 보다 부드러운 영상 출력이 가능하다.

엔비디아 지싱크 호환(G-Sync Compatible), AMD 프리싱크(FreeSync)2도 지원한다. 이는 컴퓨터가 출력하는 3D 화면 주사율과 모니터 주사율을 일치시키는 기술이다. 3D 화면 출력과 모니터 주사율이 다르면 급격한 화면 전환이 이뤄질 때 화면이 찢어지는데, 이를 방지할 수 있어 게이밍 모니터에 ‘필수’ 기술이다. G9은 CES 2020 컴퓨터 주변기기 부문 혁신상을, G7은 게이밍 부문 혁신상을 각각 받았다.

2018년 ‘울트라기어’ 브랜드를 선보이며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 본격 진출한 LG전자도 CES에 신제품을 내놨다. 2020년형 LG 울트라기어는 최대 160Hz 주사율과 1ms 응답속도를 갖췄다. 패널은 LG디스플레이의 나노 IPS다. 베사(VESA) 디스플레이 스트림 압축(DSC)을 지원해 4K 영상을 손실 없이 부드럽게 표현한다. VESA HDR 600 인증도 받았다. 지싱크 호환, 프리싱크2를 지원함은 물론이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인체공학 설계를 적용한 ‘LG 울트라파인 에르고’, 넓은 화면에서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LG 울트라와이드’도 선보였다. 3종 모니터는 모두 ‘CES 2020 혁신상’을 받았다.

7일(현지 시각)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LG 울트라기어로 게임을 즐기는 관람객.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선두주자인 삼성전자·LG전자가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 역량을 쏟는 배경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규모가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위츠뷰(WitsView)'는 올해 게이밍 모니터 출하량이 1110만대로 지난해 850만대에서 30.5% 늘어난다는 전망을 내놨다. 2017년 250만대를 밑돌던 게이밍 모니터 출하량은 2018년 540만대, 2019년 850만대로 급격히 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가 세계 최고 품질의 패널을 생산한다는 점도 게이밍 모니터 제작을 쉽게 한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게이밍 전자기기 전문 제조사들도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패널을 받아 쓴다"며 "패널 제조 역량과 TV 제조로 쌓은 삼성전자·LG전자의 세트 역량이 결합돼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서 2019년 3분기 매출 기준 점유율 17.6%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