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과학계는 최초의 블랙홀 촬영과 화석인류인 데니소바인의 얼굴 복원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 과학대중지 뉴사이언티스트 등 여러 과학 매체들은 올해도 우주탐사와 입자물리학, 생명과학 등에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는 어떤 연구가 세상을 놀라게 할까.

화성행 탐사선 잇따라 발사

2020년 인류는 달을 너머 화성으로 향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마스 2020을 비롯해 유럽우주국(ESA)의 엑소마스, 중국의 훠싱 1호, 아랍에미리트(UAE)의 호프 등 화상 탐사선을 실은 로켓이 잇따라 발사된다. NASA의 마스 2020 로버는 소형 탐사 드론도 탑재했다. 발사 시기는 화성과 지구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7~8월쯤이다. 탐사선들은 화성에서 과거 생명체가 살았던 흔적을 찾고 토양 일부를 가져오는 임무를 맡았다.

칠레에 구축 중인 천체 관측 망원경 '대형시놉틱관측망원경(LSST)'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시험 관측할 예정이다. 우주는 지구 같은 행성과 별 등이 전체의 5%를 구성하고 나머지 95%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LSST는 지름이 8.4m인 거울을 사용한 거대 반사망원경과 32억개의 픽셀을 지닌 고감도 센서를 이용해 밤하늘을 관측한다. 블랙홀 관측 성과도 기대된다. 블랙홀은 엄청나게 강한 중력으로 빛까지 흡수해 인간의 눈으로는 직접 볼 수 없다. 한국천문연구원 등 전 세계 연구 기관 20여곳이 참여한 국제 공동 프로젝트 '사건지평선망원경(EHT)'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블랙홀 촬영에 성공했다. 올해는 우리 은하 중심부에 있는 '궁수자리A*' 근처의 블랙홀을 새로 관측할 예정이다.

세계 최강 입자가속기 구축

입자물리학계는 새 소립자 발견을 기대하고 있다.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오는 5월 부다페스트에서 회의를 열고 신형 입자가속기 구축 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보유한 입자가속기보다 6배 강력한 장치로, 길이도 100㎞에 달한다. 설치하는 데 최대 210억유로(약 27조원)가 들 것으로 보인다.

입자가속기는 원자를 이루는 입자나 전자 등을 빠르게 가속해 충돌시켜 다양한 물리현상을 연구하는 장치다. 이를 통해 CERN은 2012년 만물에 질량을 부여한 힉스 입자를 확인했다.

미국 페르미국립연구소는 '뮤온 g-2'의 실험 결과를 발표한다. 소립자인 뮤온은 강한 투과력을 가져 핵 탐지 기술 등에 사용된다. 뮤온 g-2는 불안정한 소립자인 뮤온이 자기장 내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아주 정밀하게 측정하는 장치다.

물리학자들은 이 실험을 통해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입자나 힘의 존재가 나타날지 주목하고 있다.

계속되는 기후변화 논란

지난해 세계적 이슈였던 기후변화는 올해에도 과학계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산업화 이전 기온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온도 상승을 제한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는 3도를 넘어섰다. 2020년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이를 막기 위한 탄소 감축 계획 등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기후변화가 정치적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기로 예정된 날(11월 4일) 하루 전날이 미국 대선일이다. 10월엔 중국에서 유엔 생물다양성회의가 열린다. 각국이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목표에 합의할지 주목된다.

수퍼컴 능가하는 엑사컴

지난해 양자컴퓨터가 화제의 중심이었다면 올해에는 '엑사' 컴퓨터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엑사는 100경(京)을 나타내는 단위로, 1엑사플롭스는 1초에 100경 번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존 수퍼컴퓨터(페타플롭스급)보다 1000배 빠른 속도다. 중국은 올해부터 칭다오·톈진·선전에 엑사급 수퍼컴퓨터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전망이다.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도 인텔 등과 손잡고 엑사급 수퍼컴퓨터를 2021년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차의 성과도 기대된다. 테슬라는 올 중반 구글 웨이모처럼 자율주행 택시를 미국 일부 지역에 선보일 계획이다. 영국은 2021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의 도로 주행을 허가할 예정이다. 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의 상용화도 올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안전하고 오래가는 '고체 전해질 배터리'를 장착한 자동차를 오는 7월 도쿄올림픽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상용화

의학계에서도 획기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먼저 알츠하이머 치매와 관절염과 같은 대표적 노화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올해 마지막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간다. 전염병 에볼라를 막을 상업용 백신이 양산되고, 줄기세포를 이용해 파킨슨병, 당뇨병, 시력 퇴화에 맞서는 임상시험도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모기가 퍼뜨리는 전염병도 공략 대상이다. 과학자들은 뎅기열 바이러스나 치쿤구니야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못하는 모기를 개발했다. 이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에서 이런 모기를 풀어 전염병 확산을 막는 데 성공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체체파리가 전파시키는 수면병도 정복할 예정이다. 이식용 인간 장기를 동물에서 키우는 연구도 진행된다. 히로미쓰 나카우치 일본 도쿄대 줄기세포연구소 교수는 쥐 배아에서 췌장 발생을 차단한 다음, 인간 줄기세포를 이식할 계획이다. 이러면 쥐에서 인간 췌장이 자란다. 향후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장기를 가진 돼지에서 같은 방법으로 이식용 장기를 만들 계획이다. 바이오 연료나 의약품을 생산할 인공 효모 합성도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세계 15개 연구팀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진은 DNA를 합성해 효모 유전자 전체를 만드는 '합성 효모 2.0'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