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부터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0'에 미국 대체육 제조기업 임파서블푸즈가 돼지고기 대체육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식물성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이클립스푸즈(Eclipse Foods)', 네덜란드 대체육 스타트업 '미터블(Meatable)'도 참가했다.

ICT 혁신의 경연장인 CES에 이들 업체가 등장한 것은 육류 특유의 조직감과 향, 식감을 살린 새로운 대체육들이 과학기술과 함께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8일 영국 바클레이즈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대체육 시장은 향후 10년 내 최대 1400억 달러(약 16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기준 46억 달러보다 30배 이상 증가한 규모로 식물로 대체할 수 있는 고기가 전세계 육류 섭취량의 36%를 차지하는 돼지고기로 늘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대체육은 크게 식물 성분을 사용한 고기와 동물 세포 배양을 이용한 고기로 나뉜다. 동물 세포 배양 고기는 소, 돼지, 양, 닭 등 원하는 동물의 근육 줄기세포를 추출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까지 무균 실험실에서 키우는 방식이다.

맛과 향 모두 기존 육류와 동일하지만, 줄기세포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의 고기로 까지 만들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다 것이 단점이다. 450g의 닭가슴살을 생산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은 약 9000 달러에 달한다.

식물 기반 대체육에서 고기맛을 내는 것은 식물성 헤모글로빈 안에 들어 있는 ‘헴(heme)’이다. 헴은 현재 콩뿌리 가운데 뿌리혹 부분에서 추출한다.

식물 기반 대체육은 실험실에서 키우는 동물 배양 대체육과 달리 기존의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육류를 대체한다. 두유에 많이 사용하는 대두가 대표적이다. 현재 대두를 단순히 압축시켜 남은 잔유물에 고기의 조직감을 살려줄 밀 등을 넣어 반죽하는 방식이 가장 많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 압축 방식의 식물 기반 대체육은 기존 육류 소비를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고기가 갖는 조직감과 다르고 육류의 맛을 살리기 위해 인공 조미료를 가미한 반조리 상태로 공급되기 때문에 육류와 다르다는 인식을 준다.

임파서블푸즈 등이 새롭게 선보이는 식물 기반 대체육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비결은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다. 고기의 빛깔과 향을 결정하는 인자가 혈액 속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와 동일한 단백질을 식물에서 추출하는 것이 기술이다.

실제 식물 기반 대체육 개발 회사들은 콩 뿌리 안의 뿌리혹이라는 곳에서 식물성 헤모글로빈을 찾아냈다. 식물성 헤모글로빈인 ‘레그헤모글로빈(leghemoglobin)’은 비단백질 분자인 ‘헴(heme)’과 결합된 상태다. 이 헴 단백질이 붉은 빛을 내는 인자다.

더구나 헴은 혈액 내 색소 성분인 포르피린이 혈액과 조직에 침적하는 선천성 대사이상증 치료에도 쓰이는 물질로 미생물을 이용한 생산 방식도 있다. 동물 뿐 아니라 식물에서도 추출하지 않고 인공적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특훈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8년 기존의 화학합성이나 효소합성 대신 헴을 특이적으로 대량 대사하는 미생물 변이체를 이용해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한 바 있다.

당시 연구팀은 독성을 제거한 대장균에 C5대사회로를 사용해 헴 생산 전구체인 ‘5-아미노레불린산’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합성 과정에서는 독성 유발 물질인 글리신이 들어가지 않았으며, 생산된 헴이 세포 바깥으로 분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향후 헴이 포함된 식물 기반 대체육이 육류 시장을 대체하게 되면 유전자변형(GMO) 콩에 대한 안전성이나 콩 뿌리혹의 생육 기간 등 생산 조건의 제약없이도 실험실에서 헴을 생산하게 될 수도 있다.

식물 기반 대체육을 개발 중인 국내 바이오벤처 바이오제네틱스 관계자는 "최근 콩뿌리혹에서 육즙성분을 추출하는 방법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며 "유전자변형 콩을 이용한 기존 식물 기반 대체육에 비해 식물성 헤모글로빈 추출은 안전성 면에서 훨씬 자유롭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