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비싼 '팔라듐' 가격 고공행진…2000달러 돌파
팔라듐 사용하는 자동차 업계 긴장 "시장 상황 지켜보는 중"

배기가스 감축제로 사용되는 '팔라듐(palladium·사진)'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팔라듐은 공급 부족 전망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맞물려 현재 온스당 2000달러도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 8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팔라듐 선물(1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33% 오른 온스당 2061.2달러로 마감했다. 1년 전에 비해 56% 상승한 수준이다. 팔라듐은 지난해 금 가격도 추월해 ‘금보다 비싼 금속’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팔라듐의 강세에 파생상품의 가격도 오름세를 보였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STAR 팔라듐선물(H) ETF(상장지수펀드)는 전일 대비 1.7% 상승했다. 코스피(-1.11%), 코스닥(-3.39%) 등 위험자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안전자산인 팔라듐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팔라듐 선물 ETF는 지난해 9월 1만원에 상장한 뒤 25%가량 상승했다.

팔라듐은 구리·니켈 등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금, 백금과 함께 ‘귀금속 3대장’으로 알려져있다. 고급 시계와 만년필 등의 장신구 원료로도 쓰이지만, 대부분(85%)은 휘발유 차량·선박의 매연 감축 촉매변환기에 사용된다.

팔라듐의 가격 상승 배경에는 ‘환경 규제에 따른 공급부족 전망’이 있다. 유럽과 중국에서는 친환경차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유해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의 성장세가 가격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IMO(국제해사기구)도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량 규제를 올해부터 시행해 팔라듐을 찾는 수요가 증가세다.

최근 불거지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도 안전자산인 팔라듐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팔라듐은 금(귀금속)과 구리(산업)의 특성을 절반씩 보유해 은과 유사한 안전자산으로 취급받는다. 필립 스트레이블 블루라인 퓨처스 수석시장 전략가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요인으로 팔라듐 등 금속 가격이 치솟고 있다"며 "올해 온스당 2500달러도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나 비철금속 업계에서는 팔라듐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TD증권은 올해 전 세계 팔라듐 수요가 4%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0.6%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상용화 시점 이전까지 팔라듐 수요는 견조할 것"이라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생산 차질 가능성도 팔라듐 가격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팔라듐의 가격이 상승하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백금 촉매변환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많았지만, 여전히 자동차 업체들은 팔라듐 촉매변환기를 사용 중이다. 국내 자동차 기업도 팔라듐의 시세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팔라듐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 계속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가격이 크게 오르면 대체재를 찾아야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