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는 현대자동차와 도요타가 제시한 모빌리티 비전이 돋보였다. 두 회사는 각자 그리는 미래 도시의 모습부터 자율주행 셔틀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CES 2020 개막을 앞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미디어 행사에서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비전을 발표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왼쪽)과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

현대차는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각) 열린 미디어 행사에서 ▲UAM(Urban Air Mobility·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으로 구성되는 가상의 미래 도시를 소개했다.

UAM은 PAV(Personal Air Vehicle ·개인용 비행체)와 도심 항공 모빌리티 서비스를 결합해 하늘을 새로운 이동 통로로 이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PBV는 지상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 동안 탑승객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CES 2020이 개막한 7일 관람객들로 가득 찬 현대차 전시관

허브(Hub)는 하늘길의 UAM과 지상의 PBV를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된다. 예로 공연장과 전시장, 영화관으로 제작된 개별 PBV가 Hub에 모이면 Hub는 완성된 문화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외과, 치과, 안과, 약국 등 의료 서비스 PBV들이 결합하면 종합병원이 된다.

이에 질세라 같은 날 도요타도 미디어 행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기술로 연결되는 ‘우븐 시티(woven city)’를 소개했다. 우븐 시티는 첨단 IT 기술에 의해 정밀하게 연결되는 스마트 시티로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미래 신기술이 적용되는 실험 공간이다.

CES 2020에서 도요타가 발표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적용된 우븐 시티. 도요타는 내년에 일본 시즈오카에서 우븐 시티를 조성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내년에 일본 시즈오카현에 위치한 옛 공장 부지에 70만제곱미터 규모로 우븐 시티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도시에는 도요타 임직원과 가족 등 2000여명이 실제로 거주하며 다양한 첨단 모빌리티 신기술의 실증이 진행된다.

이날 미디어 행사에서는 두 회사를 대표하는 총수들도 직접 무대에 올라 각자 그리는 ‘모빌리티 신세계’를 소개하며 보이지 않는 경쟁을 펼쳤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하늘길에서 새롭게 펼쳐질 현대차의 신개념 모빌리티 솔루션은 끝없는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고 ‘인류를 위한 진보’를 이어나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를 이끄는 도요타 아키오 사장도 무대에서 우븐 시티의 콘셉트와 건설계획을 직접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스마트 시티가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와 도요타의 '모빌리티 한·일전'은 CES가 개막한 7일에도 이어졌다.

현대차가 CES 2020에서 전시한 자율주행 셔틀 PBV

현대차는 전날 발표한 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모델인 ‘S-A1’과 함께 지상을 달리는 PBV의 실물 크기 모델도 전시했다. PBV는 탑승객이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식당, 카페, 휴게실 등 여가부터 의료 등 필수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는 신개념 자율주행 셔틀이다.

PBV는 차량 하부와 상부의 완전한 분리가 가능하고 차량의 목적에 맞춰 기존 길이 4m에서 최대 6m까지 확장된다. 차체 내부는 목적에 맞게 모듈화된 제품을 활용한 맞춤 제작이 가능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삶의 공간으로 진화한다.

PBV는 전기차 기반의 친환경 모빌리티로 인공지능(AI)이 최적의 경로를 설정하고 이동 중에 배터리 충전용으로 제작된 PBV로부터 충전도 받을 수 있다. 또 자율 군집주행을 통해 개인별 수화물은 물론 대량 운송도 가능해 물류산업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도요타가 CES 2020에서 전시한 자율주행 셔틀 e-팔레트와 배송용 로봇 마이크로 팔레트

도요타 역시 현대차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련된 전시관 중앙에 자율주행 셔틀인 ‘e-팔레트’를 전시했다. 지난 2017년 콘셉트카로 공개된 e-팔레트는 3년여간 기술을 보완해 올해 도쿄 하계 올림픽에서 운행을 시작한다. e-팔레트는 운전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로 운행되며 최대 20명이 탑승할 수 있다.

도요타는 이 밖에 자율주행 배송로봇인 마이크로 팔레트와 레벨4 자율주행 콘셉트카 LQ 등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