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OLED 등 기존 혁신 보급 확대 가속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이하 현지 시각)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0’가 개막한다. 매해 1월 열리는 CES는 그해 IT·가전 트렌드를 보여주는 자리다. 세계 TV·디스플레이 기술 최전선을 달리는 삼성·LG 등 국내 기업도 올 한해를 이끌 신기술·신제품을 들고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다만 올 TV·디스플레이 시장은 전에 없던 신기술 대신, 기존 기술을 한층 성숙시키는 모습으로 흘러갈 듯하다. 글로벌 업계 선두주자인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선보였던 기술·제품 성능 강화에 중점을 둔 탓이다.

삼성전자가 CES 2020에서 선보인 ‘더 월’ 292인치.

삼성전자는 지난 5일 CES 2020 개막에 앞서 가전 신제품 공개행사 ‘퍼스트룩 2020’를 열었다. 퍼스트룩에선 화면 테두리(베젤)를 거의 없애고, 화면으로 TV 전면 99%를 채운 신형 TV가 등장했다. 또 인공지능(AI)을 더욱 개선한 2020년형 QLED(퀀텀닷 필름을 적용한 TV) 8K TV가 공개됐다.

초소형 반도체를 이어 붙여 크기와 모양의 제약이 없는 마이크로 LED TV ‘더 월’은 기존 75·146·219·292인치에서 75·88·93·110·150·292인치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소형 라인업을 상대적으로 늘려 가정용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퍼스트룩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력 제품을 QLED와 마이크로LED 투트랙으로 가져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LG전자는 하루 뒤인 6일, CES 전시관을 우선 공개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이목을 끌었던 롤업(아래에서 위로 말아 올리는) 방식 롤러블 TV에 이어, 올해는 화면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롤다운 롤러블 TV를 함께 선보였다. 또 구동부, 스피커 등을 포함한 제품을 벽에 완전히 밀착시킨 ‘벽밀착 TV’를 처음 공개했다. LG전자 제품 구현을 위해 TV 내부와 후면 디자인 설계를 완전히 뜯어고쳤다고 한다. 2020년형 올레드 TV는 기존 55·65·77·88인치에서 48인치 소형을 추가했다.

8K·크기 다변화라는 흐름은 지난해 CES에서도 감지할 수 있던 조짐이다. 마이크로LED·OLED(유기발광다이오드)·QD(퀀텀닷)·롤러블 디스플레이도 지난해 CES에서 소개된 바 있다. 때문에 TV 업계 일각에선 "올 CES는 지난해 수준의 큰 혁신이 나오지 않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LG전자가 CES 2020에서 선보인 롤러블 TV.

가전업계는 TV·디스플레이 시장이 올해 ‘내실’을 다져갈 것으로 본다. 지난해 장기 트렌드를 이끌 신제품들을 선보였다면, 올해는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 저변을 넓혀가는 단계라는 얘기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2018년엔 TV시장이 월드컵·동계올림픽이라는 양대 스포츠 행사 영향으로 성장했지만, 2019년엔 그 기저효과로 쪼그라들었다"며 "2020년엔 도쿄올림픽이 있는 만큼 지난해 선보인 신제품으로 ‘과실’을 얻을 때"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18년 세계 TV 판매량은 총 2억2136만대였지만, 2019년엔 2억2047만대로 소폭(0.4%) 줄었다. IHS마킷은 2020년엔 TV 판매량이 2억2548만대로 2.2% 늘어난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IHS마킷은 올해 8K·OLED 등 한국 기업이 강점을 지닌 고품질 TV 보급이 확대된다는 예상도 내놨다. 일본은 올림픽에 발맞춰 8K 송출을 준비하고 있고, CES 2020에서 TCL 등 중국 TV 제조사가 잇따라 8K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IHS마킷은 지난해 16만6700만대 수준이던 8K TV 출하량이 올해 63만3700대로 3.8배가량 늘어난다고 봤다.

또 지난해 1.4%였던 OLED TV 판매량 점유율이 올해 2%를 기록하고, 2023년에는 5%를 넘어선다고 예상했다. TV용 OLED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정호영 사장은 6일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0 개막을 하루 앞두고 가진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대형 OLED TV 패널 판매 목표를 작년의 2배로 제시했다. 또 "국내 LCD TV 패널 생산은 올 연말까지를 마지막으로 대부분 정리할 것"이라고 해 OLED로의 전환을 서두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