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기관 "미·중 무역분쟁 충격과 비슷한 수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이 0.3~0.5%포인트(P) 낮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란 경제의 붕괴 가능성과 이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심리 위축을 반영한 결과다. 또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와 유가 급등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국제금융센터는 7일 발간한 '최근 중동정세 불안에 대한 해외시각 점검' 보고서에서 영국의 경제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분석을 빌려 이같이 밝혔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군사적 움직임을 수반하는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세계 성장률은 0.3~0.5%P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는 미·중 무역분쟁의 충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언급했다.

지난 5일 중동으로 출발하는 미 육군 부대

또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에 돌입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수준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원유의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세계 석유공급의 30%가 차단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70% 이상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이처럼 유가가 오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물가는 3.5~4.0%P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공급 조정과 함께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을 고려하면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스위스 투자은행(IB) UBS는 지난해 9월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 당시 유가 상승세가 단기에 그쳤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유가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는 이란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기부양 여력 제한, 미·중 패권경쟁 지속과 함께 3대 글로벌 경제 리스크로 선정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를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보고, 저점을 통과 중인 세계경제가 '얼음 위의 불안한 회복(recovery on ice)'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