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 아빠 생신인데 어떤 선물이 좋을까?" 이지영(33)씨가 롯데쇼핑 AI(인공지능) 스피커 ‘샬롯홈’에 묻자 "지난 번에 구입했던 홍삼은 어떠신가요?"라고 답변이 돌아왔다.

이씨는 고개를 흔들며 "아니, 이번에는 다른 게 좋겠어"라고 했다. 그러자 샬롯이 "아버님의 연령대가 어떻게 되시죠?"라고 물었고, 이씨는 "60대"라고 답했다. 샬롯은 "60대 이상 남성이 선호하는 선물로는 등산화, 반지갑, 벨트, 만년필이 있습니다. 어떤 상품군으로 추천해드릴까요?"라고 다시 물었다. 이씨는 "등산화"라고 답했다.

이어 손바닥 2개를 맞붙여 놓은 크기의 샬롯홈 화면에 가격대별로 다양한 등산화가 소개됐다. 이씨가 "○○ 제품으로 할게"라고 하자 결제 창으로 넘어갔고, 이씨가 과거 등록했던 신용카드로 결제가 이뤄졌다.

롯데쇼핑의 AI 스피커 ‘샬롯홈’.

국내 유통업계가 AI 스피커를 활용, 말로 하는 쇼핑 ‘보이스 커머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쇼핑(023530)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5일 AI 스피커 ‘샬롯홈’을 선보였다.

샬롯홈을 사용하면 보다 편하게 쇼핑이 가능하다. 우선 음성 인식 기능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앞서 이씨가 제품을 구매할 때 터치패드를 사용한 횟수는 최종 결제 시 비밀번호를 입력한 1번이었다. 그만큼 쇼핑도 빨라졌다.

기존 고객 구매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할 만한 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강점이다. 신규 고객이라면 롯데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인기 제품을 위주로 추천한다. 추천이 아닌 재구매는 더 간단하다. "전에 샀던 ○○ 제품을 집으로 배달해줘"라고 말하면 끝난다. 샬롯홈은 현재 롯데백화점·롯데슈퍼·롯데홈쇼핑·롯데리아가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서비스를 하며 추후 서비스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보이스 커머스는 아직 한국에선 시작 단계이지만,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4년 AI 스피커 ‘에코’를 선보인 아마존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2019년 말까지 판매된 AI 스피커는 2억790만대로 전년 대비 82.4% 증가했고, 아마존은 36.6%의 점유율로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인터넷,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일반 소비자가 한 해 평균 아마존에서 1000달러(약 117만원)의 물건을 구매했다면, 에코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1700달러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AI 스피커가 매출을 70% 끌어올린 것이다. 미국 IT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아마존이 AI 스피커를 확산해 충성 고객 확보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구글 AI 스피커 ‘구글홈’을 연계한 음성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069960)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AI 스피커를 통한 추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네이버 AI 스피커 ‘클로바’, SK텔레콤 AI 스피커 ‘누구’를 활용해 쇼핑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각 지점 내 입점 브랜드와 할인행사 등의 정보 제공으로 서비스가 한정됐다. 콜센터 역할을 24시간으로 확대·운영하는 수준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SK텔레콤 ‘누구’를 활용, 고객 추천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004170)는 추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음성 인식 쇼핑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신세계백화점 등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AI 추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7년부터 고객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신세계 앱 첫 화면에 고객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추천하는 ‘S마인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구매 기록은 물론 성별, 연령, 지역, 구매빈도, 객단가 등 100여개 변수를 사용해 만들어 낸 빅데이터를 매일 업데이트해 고객별로 선호 브랜드와 쇼핑 정보를 매칭해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말부터 구글 AI 스피커 ‘구글홈’과 연계한 음성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현대백화점처럼 단순 백화점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AI 스피커 등 음성 인식 쇼핑 사업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