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한국사무소 김애미 시니어파트너, 한정은 부파트너

해외에서 '틱톡'으로 유명한 중국 영상 공유 플랫폼 더우인은 판매 회사가 제작한 영상이 아니라 사용자가 올린 영상에서 보이는 상품을 바로 앱에서 검색·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난 9월 내놨다. 유니클로는 자사 브랜드 옷을 입고 찍은 틱톡 영상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영상을 전 세계 유니클로 매장 모니터에 상영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화장품 업체 맥·로레알, 중국 주얼리 브랜드 차우생생은 텐센트 모바일 게임인 '왕자영요'에서 영감을 받은 주얼리 라인을 출시하며 브랜드 협력을 하고 있다. 전 세계 게임 사용자 2억명 중 절반이나 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렇게 차세대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전자상거래를 뜻하는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가 패션업계 화두다.

맥킨지와 영국 패션 전문지 비즈니스 오브 패션(BoF)이 공동 발간한 '2020년 패션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계 임원 중 과반수(55%)가 올해 업계 성장률(3~4% 전망)이 지난해(3.5~4.5%)보다 0.5%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세가 무뎌질수록 가치 창출 기회에 빠르게 대응하고 소비자와 상호작용해 업계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차세대 소셜미디어 마케팅 핵심은 스토리텔링

영국 화장품 업체 러시는 온라인 팔로어 중 겨우 6%만이 러시 브랜드 콘텐츠를 본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기존 소셜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브랜드 계정을 폐쇄하고 자체 온라인 채널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로 했다.

인스타그램 광고를 클릭해 보는 것 같은 소비자 참여도는 2016년 1분기 4%에서 2019년 1분기 2.4%로 감소했다. 페이스북은 0.37%, 트위터는 0.05%로 광고에 대한 소비자 참여도가 더 낮다. 글로벌 기업 86%가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블로거 등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뉴욕 레베카 밍코프 매장에 있는 디지털 피팅룸에서 고객이 옷을 고르는 모습. 고객은 고른 옷을 점원으로부터 직접 받아볼 수 있다.

따라서 올해에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형식보다는 내용의 중요성이 더 강조된다는 뜻이다. 노출의 '양'보다 브랜드의 스토리에 맞는 인플루언서와 매체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랄프로렌은 50주년 캠페인으로 글로벌 패션 매체 하이스노바이어티(Highsnobiety)와 협력해 자사 브랜드가 디자이너, 컬렉터(수집가) 등 패션업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루는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기사형 광고)'을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광고 콘텐츠를 판매로 연결하기 위해 소셜커머스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선 2023년까지 소셜커머스가 온라인 매출의 20%인 16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브랜드들은 이미 메신저 기반 앱인 위챗, 중국 최대 온라인몰 생방송 플랫폼인 이즈보, 중국판 유튜브 콰이서우, 중국 최대 리뷰 공유 커뮤니티 샤오훙수 등과 협력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용자가 1억1000만명이 넘는 중국의 동영상 서비스 '비리비리' 등 신생 소셜미디어도 부상 중이다. 국내 아이돌 그룹 엑소의 카이(구찌), 블랙핑크의 제니(샤넬) 홍보 대사에 이어, K팝 스타와 전 세계 팬들을 연결하는 빅히트의 위버스(Weverse) 앱도 럭셔리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촉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전통 매장 접근성도 동시에 개선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급속한 성장에도 소비자 3분의 2는 여전히 온라인 쇼핑보다 실제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실제로 럭셔리 브랜드 매출의 단 13%만이 온라인에서 창출된다. 편리하고 즉각적인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에 발맞춰 미국과 유럽의 유통 업체들은 소규모 매장을 추가 개설하고 기존 오프라인 매장 네트워크를 보완하기 시작했다. 지리적 강점과 '경험'적 요소를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형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2017년 재고 없는 매장 '노드스트롬 로컬'을 냈다. 이곳에선 스타일링, 피팅, 수선, 상품 픽업 및 반품 서비스가 가능하다. 영국의 대형 편집숍인 앤트로폴로지는 올해까지 매장 수를 2배 이상 늘린다고 발표했다. 매장 규모를 줄이는 대신 각 지역에 따라 특색을 입힌다는 계획이다. 영국의 신발 브랜드 닥터마틴은 런던 캠든 마켓 내 19세기 건물에 매장을 열어 상품 판매뿐 아니라 한정판 디자인, 미술 작품 전시, 소비자 맞춤형 신발 디자인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 패션과 소재 혁신

맥킨지가 미국 소비자 4500명을 대상으로 2019년 9월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66%는 럭셔리 상품 구매 시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를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환경을 고려한 제품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아디다스는 2024년까지 미가공 폴리에스터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고, 자라는 2025년까지 100%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원단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패션쇼에서 모델이 코르크로 만든 신발을 선보이고 있다. 샤넬은 환경적인 가치를 강조한 ‘에코 럭셔리’로 관심을 끌고 있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 따라 의류 업체들의 소재 혁신도 빨라지고 있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2019년에는 섬유 혁신 관련 특허가 2013년 대비 8배 늘어날 전망이다. 의류 기업의 45%가 혁신적 바이오 기반 소재를 더 활용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미국 의류업체 VF코퍼레이션, 뉴발란스, 3M 등은 가죽 대체품을 개발 중이다. 파인애플 잎으로 만든 친환경 가죽 대체재인 피냐텍스가 그 예다. 샤넬은 2018년 가죽 등 소재 대체품을 만들 방법을 연구 개발하는 전략을 발표했고, '이발브드바이네이처(Evolved by Nature)'라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친환경적 실크 원단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본 현지 제조사들은 쐐기풀, 모시풀, 뽕나무 등을 활용한 신소재 연구를 진행 중이며 비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의류 개발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인도·동남아·중동… 패션도 脫중국 바람]

지난 10년간 중국은 글로벌 패션 산업 성장에 38%를 기여했고 2012년 이후 럭셔리 패션 시장 성장의 70%를 차지했다. 큰 규모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소비자의 기대도 높다. 글로벌 브랜드 중 루이비통, 캐나다 스포츠 웨어인 루루레몬, 나이키 등은 지난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영국 온라인 패션 유통 기업 아소스, 돌체앤가바나 등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기업들은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인도·동남아시아·러시아 등 고성장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위험을 분산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아시아 신흥국 패션 시장은 올해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6~7%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젊고 디지털에 익숙한 인구가 많아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성장 잠재력도 크다.

올해 인도 의류 시장은 537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미 H&M·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적극 뛰어들었다. 인터넷이 보편화하면서 이커머스를 통한 의류 판매가 전체의 11%(2018년 기준)를 차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구의 약 40%가 25세 미만인 동남아시아 의류 시장은 500억달러에 이른다. 이커머스는 2018년 패션 매출 중 6%로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라자다·쇼피·토코피디아 등 동남아 3대 이커머스 기업의 총거래액은 2015~ 2018년에 7배 증가했다.

러시아는 세계 9위 규모의 소비 시장으로 가격에 민감한 소비층이 증가함에 따라 가격 비교 등 검색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커머스가 2018년 전체 의류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하며 5년 전 대비 2배 성장했다.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와 러시아 인터넷 유통업체 라모다(Lamoda)가 이커머스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중동에선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의 1인당 의류 소비 지출이 중국 대비 각각 6배, 2배에 이른다.최근 여성 복장에 관한 규칙이 누그러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패션 상품을 소비하는 방식이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