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창고’가 주요 부동산 투자처로 부상했다. 지난해 수도권 물류센터 거래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몸값이 올라가고 있는 물류센터를 잡기 위해 자본이 몰리는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위치한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Amazon)’의 물류 창고 컨베이어벨트 위로 택배 상자들이 옮겨지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아마존은 올해 3분기에만 물류 창고 확보에 8억달러(약 9250억원)를 쏟아부었다.

2일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기업 에비슨영코리아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물류센터 거래 규모는 2조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3분기 거래가 종결된 수도권 물류센터 거래 규모는 약 1조9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8년 동기 거래액(1조2000억원)보다 54% 증가한 것이다.

대표적인 거래 사례를 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웨스트우드 PFV가 매각한 ‘인천 서구 스카이박스 1·2 물류센터’를 1351억원에 사들였다. 경기 광주 ‘JWL물류센터’는 ADF자산운용이 1007억원에 매입했다. 경기 안성시 ‘메르세데스-벤츠 부품 물류센터’도 LB자산운용이 860억원에 샀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것은 신선식품을 보관할 수 있는 ‘저온 물류센터’다. 물류센터의 상온, 저온, 혼합 등 최근 4년간 용도별 평당 거래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저온 물류센터 가격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지난 4년간 저온 물류센터의 평당 거래가격은 600만~700만원선이었다가 올해 900만원선까지 뛰었다. 혼합기능 물류센터의 평당 거래가격은 500만~600만원대, 상온 물류센터는 400만~500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유명한 에비슨영 리서치센터장은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새벽 배송을 시작하는 등 신선식품 취급이 늘면서 저온 기능이 있는 물류센터 거래량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를 반영해 최근 준공했거나 준공을 앞두고 있는 물류센터 역시 저온기능을 포함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노후한 물류센터를 사들인 뒤 대형물류센터로 개발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까다로운 물류센터 인허가 절차를 피하기 위한 방안이다. 실제 용인 남사 물류센터, 이천 마장 물류센터 등도 이 같은 방식으로 개발 예정인 것으로 투자업계에 알려졌다.

해외 물류센터로 투자하는 경우도 늘었다.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 이지스자산운용 등 국내 대형 금융투자기업들은 지난해 미국과 유럽 내 아마존 물류센터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유럽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부동산 공모펀드(이지스글로벌공모부동산투자신탁 281호)를 출시해 일주일만에 23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모았다.

해외에서도 물류시설에 대한 투자와 임차수요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시장에 퍼진 결과다. 실제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 CBRE에 따르면 작년 유럽 지역 평균 오피스 투자 수익률은 3.7%였던 반면, 물류 투자는 5.2%의 수익률을 올렸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올해도 국내 물류센터 공급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근 주민의 민원이 많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에서 신규 물류센터 인허가를 잘 내주지 않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투자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물류센터 공급이 늘면서 단기적으로는 임차인 우위시장이 지속할 수 있으나, 향후 공급 및 개발에는 한계가 있어 공급량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2인가구가 늘고 있고 이에 따른 배달 주문 및 신선식품에 대한 수요가 커져 저온 물류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 수요는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