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81만9000가구가 올해 450억원의 혜택을 본 '주택용 절전 할인 혜택'이 올 연말 종료된다. 전통시장 전기요금과 전기자동차 충전 전력요금 할인 혜택 종료는 내년 4월 총선 이후인 6월로 일단 미뤄졌다. 탈(脫)원전으로 재정난에 내몰린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종료·축소하면서도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부의 압박에 일부 할인 혜택 종료를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룬 것이다. 하지만 할인 혜택 종료로 전기요금 부담이 내년 총선 뒤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30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기공급 약관 시행세칙 변경안을 의결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변경안을 제출했다. 변경안은 산업통상자원부 인가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특례 할인은 취약계층 지원이나 중점 지원 산업 등을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다. 지난해 기준, 11가지 특례 할인액은 1조1434억원에 달했다. 올해 말 종료되는 특례 할인은 주택용 절전 할인, 전통시장 할인, 전기차 충전전력 할인 등 세 가지였다. 한전은 이 가운데 주택용 절전 할인은 당초 계획대로 올 연말 종료키로 했다. 주택용 절전 할인은 직전 2개년 같은 달 평균 사용전력량 대비 20% 이상 절감한 주택용 고객에게 겨울·여름 월 전기요금의 15%, 다른 계절은 10% 할인해 주는 제도다. 올해는 약 181만9000가구가 450억원의 할인 혜택을 봤다.

전기차 충전전력 할인과 전통시장 할인은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6개월 시한을 두기로 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부·여당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시장 전기요금 할인은 내년 6월 말 종료된다. 전통시장 전기요금의 5.9%를 할인해 주는 제도로, 올해 전국 2만4000곳이 27억원의 할인 혜택을 받았다.

전기차 충전 전력요금 할인은 소비자 부담과 전기차 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2022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키로 했다. 전기차 충전 전력요금 할인은 기본요금 면제와 전력량 요금 50% 할인 제도로, 올해 4만4985명의 고객이 333억원의 할인 혜택을 받았다.

한전이 특례 할인 폐지에 나선 것은 탈원전·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해 자회사를 제외한 한전만의 영업손실이 1조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전은 이 때문에 전기차 충전 전력요금 할인 등 환경과 미래 산업에 필요한 할인 혜택과 저소득층에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월 200kWh 이하 사용 가구에 최대 4000원의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까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 총선 때까지는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총선 민심 이반을 우려한 정부의 힘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막혀 있지만, 탈원전 기조가 계속되는 한 전기요금 인상은 필연적 과정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등 저소득층 지원과, 정책적으로 필요한 전기요금 할인 혜택도 결국 줄줄이 폐지·개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