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삼성그룹·현대차그룹·SK그룹·LG그룹·롯데그룹 등 5대 그룹 계열사의 주가 성적표가 엇갈렸다. 삼성그룹과 SK그룹 시가총액은 각각 약 30%, 20% 늘었다. 반도체 업황 개선 흐름을 타고 유가증권시장 시총 1·2위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이들 그룹 시총을 끌어올렸다. 현대차도 주력 계열사 주가 대부분이 상승하면서 약 14% 올랐다.

롯데그룹은 올해 시총이 약 20% 주저앉았다. 롯데그룹은 올 하반기부터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를 시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일 갈등으로 타격을 입었다. 롯데그룹을 상대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강도 높은 불매운동을 펼친 탓이다.

조선DB

◇올해 5대 그룹 성적표, 삼성이 가장 좋아

31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5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 계열사 68곳의 시가총액은 지난 1월 2일 659조854억원에서 이달 30일 799조682억원으로 약 21% 늘었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29.75%로 가장 좋았고 SK(20.44%)·현대차(14.23%)·엘지(3.82%)·롯데(-19.64%) 순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주가가 골고루 올랐다.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 12개 중 8곳 주가가 올랐다. 매출액 상위 5개 계열사 중에서는 현대제철(004020)(-28.52%)을 제외하고 현대차(005380)(5.70%)·기아차(35.06%)·현대모비스(012330)(38.38%)·현대글로비스(086280)(13.94%) 주가가 모두 올랐다.

삼성그룹은 16개 계열사 중 11곳의 주가가 올랐다. SK그룹은 상장된 계열사 19곳 중 12곳의 주가가 올랐다. 두 그룹은 반도체를 생산하며 매출액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000660)(55.28%)와 삼성전자(005930)(44%)로 선방했다.

◇日 경제 보복에 롯데·LG 타격

5대 그룹 중에서 롯데는 올해 주가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국내에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영향이다. 지난 7월 1일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이달 30일까지 롯데그룹 상장사 11곳의 시총은 24조5153억원에서 21조3163조원으로 13.05% 감소했다.

유니클로 한국법인(에프알엘코리아)의 지분 49%를 가진 롯데쇼핑(023530)은 이 기간 주가가 18.13% 하락했다. 롯데쇼핑은 유니클로 한국법인 매출 하락이 예상되자 올해 3분기 에프알엘코리아 실적을 아예 공개하지 않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5월 9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롯데칠성(005300)도 일본 경제보복 조치 후 주가가 17.65% 하락했다. 롯데칠성은 아사히 지분 50%를 갖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부인 롯데주류는 ‘처음처럼을 먹으면 아사히가 이득을 본다’ 등 허위 주장에 대해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밖에 롯데제과(-13.33%)·롯데정밀화학(004000)(-14.97%)·롯데케미칼(011170)(-12.50%)·롯데지주(004990)(-11.78%)·롯데하이마트(071840)(-30.09%)·롯데푸드(-28.92%) 등도 내렸다.

LG그룹 상장사 12곳의 시총도 7월 이후 89조814억원에서 83조9683억원으로 5.74% 줄었다.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을 막자 LG디스플레이(034220)주가는 7.14% 하락했다. LG이노텍(011070)은 수출 제한 조치가 시행된 후 2주간은 약 5% 내렸지만 올해 4분기와 내년도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22.81% 올랐다.

SK그룹과 삼성그룹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후에도 시총이 늘었다. SK그룹은 111조8746억원에서 1300조581억원으로 16.25% 증가했으며 삼성그룹은 415조1681억원에서 475조7544억원으로 14.59% 늘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같은 기간 19.74%, SK하이닉스 주가가 34.43% 오른 영향이 컸다. 반도체 소재에 집중된 수출 규제로 수요자들이 기존 반도체 재고를 늘리는 쪽으로 구매 전략을 바꾼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