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를 맞아 식품·외식 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원재료 값 상승 등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매년 비슷한 시기 서민 먹거리 가격 인상이 반복되는 것을 두고 관행적 조치란 비판도 나온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주요 제품 가격 인상에 앞장서고 있다. 업계 1위인 롯데리아는 지난 19일부터 버거와 디저트 등 26종 제품 가격을 평균 2% 올렸다. 불고기와 새우버거가 각각 100원씩 올랐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12월에도 버거 제품 11종 제품 가격을 2.2% 인상했다.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이에 앞서 KFC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 KFC는 지난 10일쯤 치킨과 버거, 사이드 메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0~200원씩 인상했다. 대표 메뉴인 핫크리스피·오리지널 치킨은 한 조각에 2400원에서 2500원으로 올랐다. 이 메뉴의 가격은 2017년부터 3년 연속 올랐다.

버거킹도 지난 27일부터 ‘와퍼’ 등 버거류 20종을 포함해 27개 메뉴의 가격을 평균 2.5% 올렸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또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맥도날드는 "아직 가격 인상 관련 지침이 나온 게 없다"고 밝혔다.

식품 업계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 26일부터 전체 191개 중 11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5.8% 인상했다. 주요 제품인 코카-콜라 250㎖ 캔 제품과 500㎖ 페트 제품이 각 4.9%, 1.5ℓ 페트 제품이 5.0% 올랐다. 인상폭은 전체 매출액 대비 1.3%대다. 코카-콜라음료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총 4번 제품 가격을 올렸다. 지난해 1월에도 출고가를 평균 4.9% 인상한 바 있다.

농심(004370)은 지난 27일부터 ‘둥지냉면’과 ‘생생우동’ 출고가격을 각각 8년, 3년 만에 12.1%, 9.9% 올렸다. 소매 판매 가격은 두 제품 모두 200원씩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 둥지냉면.

가격 인상에 나선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원재료 값 상승을 가격 조정 이유로 꼽았다. 농심 관계자는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등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인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 10.9% 인상된 바 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 이어지며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내년 최저임금은 인상폭은 2.9%로, 2010년 2.8% 인상 이후 최저 수준이다.

외식·식품 업체들의 연말연초 기습 가격 인상은 업계의 고질적 관행이란 비판도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외식·식품 업계는 매년 인건비나 원가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근거로 든 자료의 양이나 내용의 객관성 면에서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업체들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해 국가의 보조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이 원유 등 원재료 가격 부담을 이유로 주요 제품 가격을 3~4% 인상하자 같은 해 연말부터 파리바게트와 크리스피도넛 등 제과업체와 롯데리아, 나뚜루 등 우유를 사용하는 제품 가격이 잇따라 올랐다. 후폭풍은 올 3월까지 이어졌다. 편의점 기준 롯데제과와 해태제과, 롯데푸드 아이스크림 가격이 20% 올랐다. 이외에도 농심은 지난해 11월 새우깡, 양파링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6.7% 올렸다. 팔도는 주요 제품인 왕뚜껑과 비빔면 가격을 각각 9.5%, 4.7% 인상했다.

올해도 업계 선두 업체들이 주요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데 따라 후발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외식 업계 관계자는 "통상 1년에 한 번 정도는 업계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들도 가격을 올려왔던 게 사실"이라며 "내년 초까지는 가격 인상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