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부터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으로 얻은 이익을 서울시가 거둬들여 기금을 조성하고, 그 돈으로 토지나 건물을 사들여 싸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기금의 3대 재원(財源)을 밝혔지만, 이 가운데 내년에 서울시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1원도 없을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7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철저하게 환수해 국민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국민공유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세입을 늘려 이를 재원으로 '부동산 공유기금'을 만들고, 이 기금으로 국가가 토지나 건물을 매입하자는 주장이다. 박 시장은 "기금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국민 주거권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재원이다. 과거 박 시장이 언급했던 종합부동산세는 국세라서 서울시가 함부로 쓸 수 없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쓸 수 있는 재원이 제한적이지만 시에서 선도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며 "기금 규모는 10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 개발부담금, 기부채납 등 세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원들이라 조례만 만들면 충분히 기금으로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은 2018년 1월 이후 재건축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걷는다. 그러나 내년에 들어올 관련 세입은 없다. 기부채납도 마찬가지다. 2016년부터 아파트나 상업용 빌딩을 지으면서 지자체에 현금으로 기부채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서초구 신반포12차(90억원)·19차(48억원), 은평구 신사1구역(48억원) 등이 현금 기부채납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 돈은 준공 시점에야 받을 수 있다. 일러야 2022년으로 업계에서는 본다.

개발부담금은 서울시가 손을 댈 수 없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발생한 이익의 25%를 부과하는 세금으로 절반은 국가에, 절반은 자치구에 귀속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개발부담금 중 지자체 부분은 기초 지자체가 가져가는 것"이라며 "서울시가 가져갈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부동산 가격 공시제도 개혁'을 통한 부동산 과세 강화도 주장했다. 시 차원의 '부동산가격공시지원센터'를 만들어 부동산 세금의 근거가 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이 시세에 접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공시 가격 결정권은 국토부에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이 권한 이양을 요구하는 공문을 국토부에 보냈다가 퇴짜를 맞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결정 권한 문제는 국회 입법 사항이라 국토부로부터 동의를 얻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며 "박 시장의 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박 시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가입자 80만명이 넘는 온라인 카페에서는 '작년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으로 집값 올린 게 누구냐' '청년수당이야말로 불로소득'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설령 하늘에서 1000억원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 돈으로 서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