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GS리테일과 손잡고 성장하는 HMR 시장 공략
비용 절감, 재고 관리 효율적인 '소(小) 채널 집중 판매' 인기

식품과 유통 업체 간 협업이 활발하다. 각 기업이 지닌 강점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단순히 식품업체가 제품을 만들고 유통 채널에서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유통 기업이 제품 기획·개발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판매도 협업한 유통업체 매장에서 단독으로 이뤄지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신세계푸드(031440)GS리테일(007070)은 올해 초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지난달 첫 제품으로 ‘올반 한잔할래 동파육’을 출시했다.

두 업체는 간편 안주류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리라 판단해 협력에 나섰다. 사업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기보다 서로가 지닌 강점을 활용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전략을 택했다. 신세계푸드는 식자재 수급 및 HMR 제조 인프라를 갖췄고 GS리테일은 전국에 편의점 GS25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충북 음성 HMR 전용공장.

더욱이 편의점은 최근 1인 가구 증가로 가정간편식(HMR) 시장 주요 오프라인 채널로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신세계그룹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아닌 편의점과 협업을 하는 이유다. 현재 ‘올반 한잔할래 동파육’은 GS25에서만 판매 중이다.

GS리테일 역시 다양한 안주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 다른 편의점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제품을 원했다. 이에 제품 기획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신세계푸드와 논의해 간편 안주를 선보일 수 있었다. 두 업체는 내년 1월 새로운 안주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케팅 전략의 변화도 식품과 유통 업체 간 협업 구조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과거 제품을 다양한 유통 채널에 노출하는 마케팅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식품 제조사가 원하는 채널, 매장에만 판매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식품기업이 유통비와 입점 수수료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 유통기업과 공동 개발 후 해당 매장에서만 판매하면 그 기업이 제품을 적극 판매하기 때문이다. ‘소(小) 채널 집중 판매’ 전략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상(001680)은 과거 주요 편의점에 자사 대표 브랜드 ‘종가집’ 김치를 동일하게 제조해 공급했는데, 현재는 각 편의점의 요구에 따라 각기 다른 김치 제품을 제조·공급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비슷한 상품이 있다면 개발에 참여한 제품을 다른 제품보다 더 눈에 띄는 곳에 진열하기 마련"이라며 "소비자 반응을 고려해 가격이 비싸지더라도 식품업체에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요구하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 있는 한 대형마트 매장.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PB)도 식품과 유통 업체 간 협업에서 빠질 수 없다. 하지만 PB는 유통기업이 키를 잡고 있다는 측면에서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식품·유통 업체 간 협업과 다소 차이가 있다.

유통기업이 원하는 제품 특성을 식품기업에 요구하고, 식품기업은 다소 수동적으로 제품을 생산·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PB 개발은 시장 1위 또는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지닌 식품기업은 잘 참여하지 않는다. 굳이 PB를 만들지 않아도 자체 브랜드 제품이 잘 팔리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형마트가 품질보다 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개발, 공급을 원하기 때문에 식품업체 입장에서 제품 판매 시 이익률이 떨어진다는 부분도 단점으로 작용한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 PB는 중소 식품기업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최근 저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지닌 기업에는 큰 재미를 볼 수 없는 판매 채널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