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 시각)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는 425.25달러(약 49만원)로 마감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6월 178.97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6개월 만에 배 이상(137%) 올랐다. 보급형 전기차 ‘모델3’ 생산 차질, 잇따른 자율주행차(오토파일럿) 사고 등으로 ‘곧 망할 것'이란 비아냥을 받던 처지에서 완벽하게 부활한 셈이다. 지난달 선보인 전기차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은 1주일 만에 사전 주문 25만대를 확보했고, 중국은행으로부터 대규모 대출에 성공하며 자금 조달 관련 불확실성도 없앴다.

이날 시가총액으로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GM(523억달러, 약 61조원)을 훌쩍 뛰어넘은 테슬라(766억달러, 약 89조원)도 출발은 미미했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테슬라는 2010년 6월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했고, 어느덧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차를 선보이는 수준에 도달했다. 보잘것없던 작은 스타트업이 모빌리티(이동 수단)·AI 업계 강자로 부상한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 문화, 무모해 보이는 일에 과감하게 도전한 일론 머스크의 기업가 정신이 테슬라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지난 17일 나온 ‘AI 국가전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건 이런 이유에서다. AI가 미래 핵심 기술이란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것 역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회의적 시각이 팽배하다. AI 강국을 가능케 하는 주체는 결국 기업인데, 정부가 오히려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도전 의지를 꺾고 있다고 이들은 하소연한다. 기업가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막연한 우려가 아니다. 근거가 있다. 2016년 스타트업 ‘콜버스(버스를 활용한 제한적 카풀 서비스)’가 영업을 시작한 후 국토교통부는 고시를 신설해 영업시간을 제약했고, 관련법의 시행규칙까지 고쳐 결국 사업을 접게 만들었다. 2016년 설립된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 역시 올해 8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같이 사후 추가된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한국에선 없던 규제가 신설되는 경우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에서 스타트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올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타다 이슈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회 본회의를 앞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타다는 불법이 된다. 타다가 서비스가 시작된 2018년 10월 시점에선 불법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독일에서 활동 중인 PLC 로펌의 조익제 변호사는 "행정관청(국토교통부)이 1년 동안 타다의 영업행위에 관해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다. 행정법원이 불법으로 단정하기 전에는 형사적인 불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제발 기업들 사업하고 살게 해달라. 내버려 두어야, 성공한다. 우버가 와서 큰돈을 주고 타다를 사가면 타다는 세계로 진출하게 된다"고 했다.

윤필구 빅베이슨캐피탈 대표가 최근 블로그에 올려 업계에서 화제가 된 ‘벤처 허생전’도 이런 상황을 꼬집고 있다. 벤처 기업 창업가로 등장하는 주인공 허생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청년 창업을 육성한다면서 있는 규제도 과감히 철폐해야 하는 판국에 없는 규제까지 만들며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을 기대한단 말이냐"고 1급 공무원인 청와대 창업지원실 김 실장을 꾸짖는다. 규제로 혁신이 막힌 현실을 풍자했다. 이 글은 올라온 지 1주일도 되지 않아 조회 수 5만회를 넘겼다.

정부가 진정한 AI 강국, 혁신 기업을 원한다면 기업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규제가 창업가를 가로막는다면 AI 강국은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