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해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인간의 생명을 구해줄 새로운 복(福) 돼지〈사진〉가 탄생했다. 중국 바이오기업 치한 바이오텍은 지난 19일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돼지의 유전자 13가지를 바꿔 장기(臟器)를 사람에게 이식해도 면역거부반응이나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지 않게 했다"고 발표했다.

돼지는 인간과 장기 크기가 비슷하고 키우기도 쉬워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로 이종(異種) 장기이식이다. 문제는 거부반응이다. 돼지가 만드는 분자는 인체에서 과도한 면역반응을 유발한다. 돼지 조직이 사람 피를 만나면 혈관이 막히거나 과다 출혈이 일어난다. 돼지에게만 있는 바이러스도 사람에게 옮아가 새로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로 문제가 되는 유전자들을 바꿨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원하는 DNA에 결합하는 유전물질과 해당 부위를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을 결합한 형태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면역거부반응과 관련된 돼지 유전자 3개를 제거하고 사람 유전자 6개를 삽입했다. 또한 혈액 응고를 조절하는 사람 유전자 3개도 추가했다. 유전자가 변형된 세포는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어 수정란으로 분화시켰다. 수정란은 암컷 대리모에게 이식해 건강한 새끼로 태어났다.

연구진은 어린 돼지의 세포에서 역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바이러스 유전자를 없애고 다시 같은 인공수정 방식으로 새로운 돼지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2세대에 걸쳐 유전자 13개가 교정된 돼지의 세포는 인체 항체와의 결합이 90%까지 줄었다. 즉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지금까지 장기이식용으로 유전자 9가지를 교정한 돼지가 있었지만 13가지나 한 번에 바꾸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치한 바이오텍은 이종장기이식 연구의 세계적인 대가인 하버드대 조지 처치 교수와 루한 양 박사가 공동 설립했다. 두 사람은 앞서 미국에서 역시 이종장기이식 전문업체인 이제너시스를 세웠다. 연구진은 유전자 13가지를 교정한 돼지의 장기를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양 박사는 "5년 내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