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민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전세가 상승 압박이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보유세 인상분을 전세에 전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 전세가 지난 17일 9억8000만원에 나갔다. 한 달 전에 비해 1억원가량 올랐다. 지금 전세 호가는 10억원이 넘는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2단지 전용 97㎡도 이달 19일 8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7억2000만원·10월)에 비해 1억원 넘게 올랐다.

두 아파트 모두 학군 좋은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신학기를 앞둔 연말이면 전세 수요가 몰린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일찍부터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으며, 그 정도도 심하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송파구 A공인 관계자는 "정부의 대입제도 개편 소식에 전세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고,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전셋집이 줄어들 것이란 불안감에 호가가 계속 오르는 중"이라고 했다.

12·16 부동산 대책 후 서울 주택 매매 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지만, 전세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2021년부터 새 아파트 공급이 급감하는 데다, 1주택자가 양도소득세 감면을 받는 데 필요한 실거주 요건까지 강화되는 추세여서 전셋집이 줄어들 것이란 불안감이 시장에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고가(高價) 주택 소유자나 다주택자를 겨냥해서 내놓은 규제 때문에 전세 세입자가 더 큰 고통을 받는 것"이라며 "전셋집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2·16 대책 불똥 튄 전세 시장

12·16 대책 발표 후 서울 강남·송파구나 목동 등 학군 수요가 많은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은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 오른 단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의 공인중개업소 게시판에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이 붙어있다. 고덕지구에서는 올해와 내년 사이 1만 가구 넘는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기 때문에 저렴한 전셋집을 찾는 사람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전세 시장은 지난해 9·13 대책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언급한 올해 7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고, 자사고(자율형사립고)·외고 폐지와 수능 정시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한 대입 제도 개편안이 발표된 10월 이후 불붙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주간 상승률은 0.18%로 2015년 11월 이후 4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전셋값의 상승 가능성이다. 지난해 9·13 대책 때 1주택자가 양도소득세를 감면받기 위한 '2년 실거주 요건'이 생긴 데다, 12·16 대책에서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 필요한 의무 거주 기간 요건도 신설됐다. 전세 대신 실거주를 선택하는 1주택자가 늘어나면 전세 공급은 줄어들게 된다.

◇저렴한 전세 찾는다면 고덕·신길 주목

그나마 내년에 인기 지역 대단지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다는 점은 긍정적인 소식이다. 내년 입주하는 서울 아파트 4만2012가구의 약 30%인 1만2000여 가구가 강동구 고덕지구와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 몰려 있다.

단기간에 입주가 몰리는 지역의 경우 일시적으로 전셋값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2000년대 후반 잠실엘스 등 잠실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들의 입주가 몰렸던 때와 올 상반기 가락동 헬리오시티 입주 때 주변 전셋값이 출렁였다. 따라서 저렴한 전셋집을 찾는 사람이라면 고덕지구와 신길뉴타운의 분양 단지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하지만, 전세 수요가 워낙 많기 때문에 저가(低價) 매수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덕지구나 신길뉴타운처럼 교통 및 교육 여건이 좋은 지역 새 아파트에 전세로 살면서 매입 타이밍을 저울질하려는 사람이 워낙 많아 입주가 몰려도 전세 가격이 안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집값 안 떨어져… 청약·급매물 관심을

서울 집값은 12·16 대책의 영향을 거의 안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5일 "서울 진입 대기 수요와 공급 부족 우려, 시중 유동성 등 집값 상승 요인은 여전하다"며 내년 서울 아파트값이 1.2%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4일 진행된 신길뉴타운 '보라매SK뷰' 보류지(조합이 향후 소송 등에 대비해 일반 분양하지 않고 입주 때까지 남겨두는 물량) 입찰에서는 전용 84㎡가 주변 시세보다 비싼 14억1100만원에 낙찰됐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실수요자라면 청약에 꾸준히 도전하면서 관심 있는 지역에서 급매물이 나오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