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고객의 선불 충전금을 이용해 '이자 장사'를 하고 있는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NHN페이코 등 간편 결제·송금 업체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선불 충전금은 고객이 결제할 때 쓰기 위해 모바일 앱의 전자 지갑에 미리 넣어 놓는 돈을 뜻한다. 하지만 문제는 간편 결제 업체들이 이 충전금을 시중은행에 넣은 뒤 1년에 수백억원 상당 이자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는 이 충전금을 주식·부동산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간편 결제 업체들이 보유한 충전금 잔액은 1조5000억원을 넘었다. 연 이율 1%면 연 150억원, 2%면 300억원을 이자 수익만으로 벌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간편 결제 업체들이 최근 공격적 마케팅으로 가입자를 계속 늘리면서 이자 수익 역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IT(정보 기술) 업계에서는 "혁신 서비스에 성패를 걸어야 할 이들이 기존 금융사처럼 이자 놀이로 돈을 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품으로 충전금 확보 경쟁

4~5년 전부터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업체들은 간편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간편 결제 사업은 신용카드사처럼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충전금 규모가 커지면서 업체들은 금액을 쌓아두는 것만으로 돈을 벌게 됐다. 간편 결제는 정부에 등록만 하면 영업할 수 있어 현재 관련 업체는 55곳에 달한다.

그래픽=김하경

업체들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충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이달 말까지 매달 일정 금액을 자동 충전하도록 설정한 고객을 추첨해 1000명에게 1만원씩, 1명에게는 1000만원을 주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한 번에 많은 금액을 충전할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한번 충전하면 그 돈을 쓸 때까지 결제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네이버페이는 5만원 이상을 충전하면 그 금액의 1.5%를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페이코는 충전 포인트로 결제할 경우 구매 금액의 2%를 돌려준다.

문제는 업체들이 금융사처럼 충전금을 쌓고 있지만 어떻게 써야 하는지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간편 결제·송금 업체들은 충전금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20% 이상 유지하고, 10% 이상을 은행과 같은 안전 자산에 맡겨야 한다는 전자 금융거래법 규정만 지키면 확보한 충전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업체들이 마음만 먹으면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충전금을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최고 5000만원까지 보호받는 은행 예금과 달리 충전금은 업체가 파산해도 고객들이 구제받을 길이 없다.

◇금융위 "충전금 함부로 못 쓰게"

금융위원회는 "충전금 관리를 강화한 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각 업체 충전금의 안전 자산 예치 비율 상향과 보전하는 방안 등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기업이 충전금을 마음대로 유용하는 걸 막자는 것"이라며 "업체들의 충전금 운용 건전성을 높이도록 행정 지도부터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선불 충전금으로 벌어들인 이자 수익이 150억위안(약 2조5000억원)에 이르자, 중국 정부는 충전금 전액을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예치하도록 하는 극단적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