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기, 최장기 확장 중…내년 경기침체 가능성 높지 않아"
미·중 2단계 '기술이전' 합의 난항 겪을수도…불확실성 남아
트럼프 재선 경제상황에 달려…기업부채, 잠재적 취약성 확대

한국은행이 내년 미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3가지 요인으로 중국과의 무역분쟁, 대선, 기업부채를 지목했다. 미·중 무역분쟁은 최근 1단계 합의에 이르면서 그간의 부정적 영향은 감소할 전망이지만, 기술이전을 중심으로 2단계 합의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내년 11월 미 대선 시기가 다가오면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확장 속도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고, 기업부채는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 그 폭을 더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6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먼로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 공화당 주지사와 주의회 후보들을 지원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한은은 22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서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1.8%로 언급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해외투자은행(IB) 등 74개 기관이 발표한 전망치의 평균으로, 올해(2.3%)보다는 0.5%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개인소비와 주택투자의 호조세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기업투자, 정부지출의 성장기여도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은 2009년 6월부터 사상 최장 경기확장기를 지속하면서 경기침체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최종 합의 여부에 불확실성이 남아 여전히 미국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1단계 합의가 정식으로 타결된다면 미·중이 상당기간 휴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지만, 실제로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전으로 되돌아 갈 가능성도 있다. 또 향후 진행될 2단계 협상에서는 기술이전을 중심으로 난항을 겪을 수 있다.

기술이전은 국가안보와도 관련된 사안인 만큼 단기간에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사안이다. 한은은 무역갈등이 더 악화되지 않는다면 금융상황 개선, 투자심리 부진 완화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은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1월로 예정된 대선 역시 미국 경기를 좌우할 수 있는 요소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간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가운데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 등 민주당 소속 후보들은 법인세 인상, 부유층 증세, 공적의료 보험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성장·친기업 정책기조와는 상이한 정책이다. 한은은 대선 전후로 정책기조를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로 경기확장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선거 시기의 경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부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확대된 점도 미 경기의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와 경기 호조로 기업부채가 부실로 이어져 침체를 촉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고위험 채권, 대출이 늘어 잠재적 경기충격에 대한 취약성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경기침체 리스크 요인이 있지만, 내년 중 미국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