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 조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신경과학 및 기초 임상 신경과학부 교수.

"축구 승률을 높이는 비결이 뭔지 아세요. 바로 ‘골대’를 막는 것입니다. 치매도 원인으로 지목되는 ‘타우(신경계 단위 뉴런 내 물질 운동 담당 단백질)’ 성분을 조절해야 합니다. 타우 단백질이 쌓이면 뇌세포와 뇌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 기능이 약화되고, 이것이 인지기능을 약화시키면서 ‘치매’가 진행됩니다. "

케이 조(Kei Cho)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신경과학 및 기초 임상 신경과학부 교수는 19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이 ‘베타 아밀로이드(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성분)’ 축적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 제약회사·연구자들이 신약 개발을 해왔다"면서 "치매 치료를 위해서는 ‘타우’ 단백질에 의한 생리학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영국 브리스톨대, 킹스칼리지 런던 등에서 치매를 12년 이상 연구했다. 2011년 영국왕립학회로부터 ‘울프슨 연구 공로상(Wolfson Research Merit Award)’을 동양인 최초로 수상했다.

조 교수는 이번달 주한영국대사관 초청으로 치매 연구 관련 세미나를 위해 방한했다. 한국뇌연구원은 올 8월 1829년 설립 이래 1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과 업무협약을 맺고 치매질환 글로벌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국내 노인 치매 환자는 75만명에 육박한다. 환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완치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2004년 이후 15년 간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신약 허가 승인을 받은 치매 치료제는 없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이상 현상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두 단백질이 각각 엉겨 붙어 생기는 ‘응집체’가 뇌 속에 쌓이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 MSD, 로슈, 릴리, 화이자, 바이오제 등은 알츠하이머 치료 물질 임상시험에 실패했는데,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제거에만 집중했다.

조 교수는 "뇌가 어떤 식으로 치매를 유발하고, 기억을 잃게 되는지 아직까지 규명된 것이 없다"면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치매가 유발된다는 사실은 알지만, 어떤 과정에 의해 쌓이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미 뇌 신경세포가 죽거나 쓸모가 없어진 상태에서 단백질을 차단하면 늦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시냅스 기능이 왜 약해지는 지를 주목해야 한다"면서 "시냅스 약화를 막을 수 없다면, 치매 증상이 더 악화되지 않고 기억력이 유지되도록 인지기능장애를 완화하는 방식의 약이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치매 신약 개발에 성공하고 치매 연구에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뇌 기증자가 많아지고, 조직 데이터도 표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킹스칼리지 런던에는 10만여명의 뇌기증 조직이 있으며, 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 연구자들이 활용한다"면서 "영국은 뇌 네트워크가 권역별로 있고, 뇌 뱅크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표준화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신약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