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 제한 규정인데 '대통령령에 위임'만 언급
헌법재판소 판례에는 "부담금 통째로 위임하는 건 행정권 남용 우려"
법조계 "택시만을 위한 부담금, 타당한지부터 의문"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타다’ 등의 플랫폼 사업자가 내야하는 부담금 규모나 산정 방식을 아무런 제한 없이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규제 관련 입법을 할 때 법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한 뒤 하위 법령에 위임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타다금지법은 기본도 갖추지 않은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회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이 지난 5일 국회에서 '타다' 관련 법안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등을 심의하고 있다.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타다처럼 플랫폼과 차량을 확보한 사업자는 ‘플랫폼운송사업자’로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해야 한다.

허가를 받은 플랫폼운송사업자는 택시기사들의 근로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안정 기여금을 내야 한다. 이를 내지 않으면 연체료를 납부하거나 경우에 따라선 영업정지까지 당할 수 있다. 개정안은 별다른 상한 없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여금을 내라고 한다. 기여금의 산정방법과 납부방법, 집행방법 등의 절차를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법 자체만으로는 플랫폼운송사업자가 얼마나 기여금을 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은 헌법 상 ‘포괄위임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법률이 하위 규범에 위임을 할 때 반드시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서 법 적용을 받는 국민들이 최소한의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특히 기여금처럼 재산권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정일 경우 더 엄격하게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2002년 폐지된 교통안전기금도 없어지기에 앞서 기금의 산정 방식을 대통령령에 통째로 위임해 위헌 판단을 받은 바 있다. 교통안전기금은 자가용 소유자나 운송사업자 등에게 부과, 도로교통공단의 안전사업 재원으로 썼는데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의 기여금과 유사한 준조세적 성격을 갖는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세금과 달리 특정 공익 사업을 위해 특정 사업자나 개인에게 부과하는 부담금인 것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교통안전공단법은 기금의 분담방법 및 분담비율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했다"며 "기여금 납부의무자로 하여금 납부의무의 내용이나 범위를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하고, 나아가 행정부의 자의적인 행정입법권 행사로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될 여지를 남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생활의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해친 포괄적인 위임 입법으로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고 했다.

프리랜서 드라이버 조합 설립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타다 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의 기여금이나 교통안전공단법의 교통안전기금과 유사한 성격의 부담금으로는 먹는샘물(생수) 제조업자에게 부과되는 수질개선부담금, 카지노사업자가 부담하는 납부금 등이 있다. 먹는물관리법은 상·하수도 원가와 각종 원인자부담금을 더한 금액의 3배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부담금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관광진흥법은 카지노사업 총 매출액의 100분의 10 내에서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담금의 구체적인 범위도, 기준도 없는 법이 문제제기 없이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다는 게 이상하다"며 "포괄위임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플랫폼운송 사업자에게 택시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게 타당한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부담금이라는 게 예를 들어 재건축 사업을 하면 도로나 학교 시설에 드는 비용을 내도록 하는 것과 같이 공적인 필요성을 갖고 있는데,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의 기여금은 택시라는 특정 집단만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새로운 게 나와서 특정 분야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정부가 해소해주는 게 아니라 사업자한테 책임을 전가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틀을 정해야지 통째로 위임하면 안 된다"며 "특히 부담금은 조세와 유사하게 재산권을 박탈하는 규제인데 법을 성급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