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 금고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최대 수천억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지자체에 제공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은행들은 내년부터 지자체 금고 운영권 유치에 따른 수익성을 평가하고, 그에 맞는 출연금을 책정해야 한다. 은행 이사회와 준법감시인은 수익성 산정 기준과 결과에 대한 적정성·적법성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의 ‘은행의 재산상 이익제공에 대한 내부통제 가이드라인’ 초안을 만들어 은행권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금감원은 시중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 금고 운영권을 놓고 과도한 출연금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판단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지자체의 금고 운영권 유치 경쟁 과정에서 출연금을 지나치게 높게 제시해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DB

은행들은 금고 운영권자로 선정되기 위해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출연금을 약정한다. 출연금 액수는 운영권자 선정 과정에 중요한 요소다. 최근 지자체들이 평가 배점에서 출연금 비중을 낮췄다고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여전히 출연금 규모가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지자체 금고 쟁탈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지자체 출연금 약정액은 지난해말 6000억원에서 올해 6월말 기준 1조1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금감원은 은행이 지자체에 출연금을 제공할 경우 사전에 금고 운영권 유치에 따른 수익성을 평가하고 예상 수익 범위 내에서 출연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예컨대 은행이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따내면서 계약기간 동안 10억원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했다면, 10억원 내에서 출연금을 약정해야 한다. 금감원은 가이드라인에 ‘다른 은행 이용자 및 은행의 건전한 경영에 부담이 초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예상 수익은 출연금 제공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예수금 유치 금액과 대출 취급에 따른 이자 등을 중심으로 계산해야 한다. 예상 수익을 측정할 때 홍보효과나 브랜드 가치 증대 등 객관적으로 입증이 불가능한 항목은 제외한다. 은행들은 ‘지자체 청사에 입점하면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명목으로 과도한 출연금을 산정하고 있는데, 이런 출연금 책정 방식이 금지되는 것이다.

예상 수익 산출시 신규로 유치할 수 있는 예상 고객수와 예상 영업규모 및 영업내용 등 이익산출 근거와 내역을 구체로 제시해야 한다. 예상 고객수와 예상 영업규모, 수익 등은 과거 유사사례를 근거로 해야 한다. 만약 금고 계약 만료시 예상 수익보다 실제 수익이 적을 경우 해당 부서는 수익 산출 방식을 조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수익성에는 은행이 지자체 금고 운영에 지출하는 비용도 포함해야 한다. 인건비와 물건비(전산시스템 구축 비용, 영업점 설치 비용 등), 출연금 등 직접적인 비용 뿐만 아니라 관련 부서의 인건비, 물건비, 기부금, 각종편익 제공, 법인세 등 간접비용도 모두 반영해야 한다.

수익성 평가 기준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마련하되, 적정성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추정된 예상수익과 예상비용은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사회는 보고 내용을 토대로 수익성과 관련 법규 준수 여부, 은행의 경영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출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은행 준법감시인은 모든 출연금에 대해 제공목적과 제공내용, 제공 금액 등을 기록·관리하고 연 1회 이상 적법성 여부를 검토해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은행권 의견 청취 기간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시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