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김명기(63)씨는 지난 16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대책을 보고 깜짝 놀랐다. 2021년부터 1세대 1주택자도 집을 팔 때 거주기간에 따라 장기보유특별공제율(장특공제율)이 달라진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장특공제율은 파는 시점에 집값이 오른 경우 발생한 소득에 과세하는 양도소득세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정부는 9·13부동산대책을 통해 10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하면 9억원 초과주택에 대한 장특공제율 80%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10년을 거주해야 같은 조건을 누릴 수 있다. 2년 거주 요건을 채우고 지방에 근무하는 자녀의 집으로 들어가 손주들을 봐주려던 김씨는 집을 팔아야 할지 아니면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불과 1년여 만에 9억원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장특공제 기준을 바꾸면서 1주택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12·16 대책을 발표한 이후 1주택자 사이에서도 다양한 원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정부의 9·13 대책을 믿고 주거 방향을 설계한 집주인들이 혼란에 빠졌다. 1년 만에 정부 정책 방향이 크게 바뀌면서 내년 말까지 집을 팔아야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을 통해 10년 보유,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 한해 9억원 초과 1주택자에 대한 장특공제율 80%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0년 1월 1일 이후 양도하는 분부터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1주택자의 신뢰이익 보호를 위해 1년 적용 유예기간을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말이 달라졌다. 정부는 12·16 부동산대책을 통해 실거래가 9억원을 넘는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의 장특공제율은 최대 80%를 유지하되 거주기간을 더 많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꿨다. 매년 8%의 공제율을 적용하는 것은 같지만, 이를 보유기간과 거주기간 각각 4%로 구분한 것이다. 가령 10년 이상 보유해도 거주기간이 3년이라면 52%의 장특공제율을 받게 된다. 종전에는 80%의 장특공제율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정부 시나리오를 보면 양도가액이 20억원, 양도차익이 10억원인 주택을 팔 경우 보유기간이 10년이라도 거주기간이 2년이면 1세대 1주택자 장특공제는 현재 4억4000만원에서 개정 뒤 2억6400만원으로 감소한다. 이에 따라 양도세는 현행 2273만원에서 8833만원으로 6560만원 증가한다. 정부는 2021년 1월 1일 양도분부터 이를 적용한다.

1주택자들 사이에서는 정부 대책이 지나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에 1주택을 소유한 박모씨는 "2년을 실거주하고 보유 기간을 어느 정도 채운 다음 집을 팔려고 했는데, 이제 장특공제율이 크게 깎이게 돼 혼란스럽다"면서 "공인중개업체에서는 심지어 집을 매도한 후에 그 집에 다시 임대로 들어가는 방법이 가장 낫다고 말하더라"라고 했다. 보유세가 올라 부담이 큰 상황에서 이왕 매도한다면 2021년 1월 이전에 장특공제율 80%를 받아 파는 게 가장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2017년 말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활성화방안’을 통해 장기임대를 유도하기 위해 8년 이상 임대사업자의 경우 양도세 중과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9개월 뒤인 9·13 부동산대책을 통해 1주택 이상자가 조정대상지역에 새로 취득한 주택을 임대등록해도 양도세를 중과한다며 정책 방향을 틀어버렸다.

이번 12·16을 통해선 조정대상지역 등록 임대주택도 거주요건 2년을 충족해야 1세대1주택 비과세 혜택을 주도록 했다. 임대등록한 주택은 1주택자라도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을 적용하지 않아 주택 매입 후 임대등록을 하면 거주하지 않아도 양도세가 비과세되는 문제가 있었다는 게 정부 설명인데, 애초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정책을 시행하지 못한 것을 자인한 셈이다.

임대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처음에 ‘당근’을 주고 임대등록을 유도하다 1년 뒤 ‘채찍’으로 때리더니 이제는 임대용으로 사들인 주택에 실거주하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평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미래를 예측하지 못할 정도의 불확실성에 놓이면 시장참여자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못 한다"며 "정부 정책이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1주택자가 84%에 이르는데, 이를 건드리는 건 국민들의 민감한 정서를 건드리는 것"이라며 "특히 집 한 채를 캐시카우(수익 창출원) 삼아 노후를 준비하려던 은퇴자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