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 장례식 '차분한 가족장'
문 대통령 "정도·인화로 미래 기업 길 밝혀" 조의
이재용·정몽준·허창수·정용진 조문 발길 이어져

지난 14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한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 이틀째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 허창수 GS 명예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등 정·재계 주요 인사가 15일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 빈소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차려진 빈소에는 오전부터 고인을 기리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례식은 구 명예회장이 평소 실천해온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받들어 차분한 추모 분위기에서 치러지고 있다. 차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상주로 조문객을 맞이했고, 손자인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자리를 지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전 공정거래위원장)을 통해 유족에게 조의를 표했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11시45분쯤 빈소를 방문해 조문한 뒤 취재진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께서 ‘고인은 한국 화학 산업과 전자 산업에 기틀을 다지셨고, 정도경영과 인화 상생의 기업문화로 우리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주셨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해주라 하셨다"고 말했다.

고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오후 3시쯤 조문을 마치고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후 2시 40분쯤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부회장은 "고인과 어떤 인연으로 오게 됐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빈소로 들어갔다. 이 부회장이 빈소를 떠날 때 상주 구본능 회장이 엘리베이터까지 직접 배웅했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의 인연은 선대회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과 고 구인회 LG 창업주는 친구이자 사돈지간이다. 이병철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씨는 구인회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결혼했다.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15일 오후 3시쯤 구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뒤이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2시45분쯤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도 3시쯤 빈소를 다녀갔다. 정 명예이사장은 구 명예회장에 대해 "아버지(정주영 회장)와 각별한 사이였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3시 20분쯤 빈소를 방문해 40여분간 유족들을 위로했다.

고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5일 오후 4시쯤 조문을 마치고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앞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이날 오전 10시 25분쯤 빈소를 찾아 약 50분간 조의를 표했다. 허 명예회장은 장례식장을 떠나면서 취재진에게 "(고인이)더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텐데…"라며 애도했다. 허 회장은 이날 오전 추도사를 통해 "구 명예회장은 한국 산업화의 기틀을 만든 선도적인 기업가"라며 "이렇게 갑작스레 떠나시니 가슴 속 깊이 슬픔이 솟구쳐 오른다"며 고인을 기렸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15일 오전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앞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오전 9시쯤 홀로 빈소를 다녀갔다. 박 전 회장은 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고 구본무 LG 회장과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도 5시 넘어 빈소를 방문해 고인을 추모했다.

전날 장례식장에서 자리를 지켰던 권영수 LG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56분쯤 다시 빈소를 찾았다. 이밖에 김쌍수 전 LG전자 부회장, 노기호 전 LG화학사장 등 구자경 명예회장과 함께 근무했던 전 LG 계열사 경영진 10여명의 조문도 이어졌다.

구본능 회장과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유족은 10시 20분쯤 입관식을 진행하기 위해 병원 1층으로 내려갔다. 유족들은 약 20분 후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로 돌아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5일 조문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구 명예회장의 빈소는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진행됐다. 장례식장 앞에는 내부를 볼 수 없도록 가림막이 설치됐고, 가림막 너머로 ‘부의금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문구가 방명록과 함께 놓였다.

LG그룹은 범LG가인 구자열 LS 회장과 구자원 LIG 회장 등이 보낸 조화는 받았으나, 다른 조화는 모두 돌려보냈다. 현재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LG 임직원 일동, GS 임직원 일동,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 구자원 LIG 명예회장, 구자열 LS 회장 등의 조화가 놓여져 있다.

서울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빈소. 비공개 가족장으로 앞에는 가림막이 놓였다.

구 명예회장의 장례식은 4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17일 화요일 오전이며, 고인은 화장 후 안치될 예정이다. 장지는 가족장임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5월 별세한 구본무 회장의 장례도 회사장이 아닌 비공개 가족장 형태로 3일장으로 치러졌다.

구 명예회장은 1970년부터 럭키금성그룹(현 LG그룹) 회장을 맡아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199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LG연암문화재단과 LG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연구활동 지원과 사회공헌에 앞장서 재계 큰 어른으로 존경 받았다.

유족으로는 장녀 구훤미씨,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삼남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 차녀 구미정씨, 사남 구본식 LT그룹 회장 등이 있다. 부인 하정임 여사는 2008년, 장남인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먼저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