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있는 오래된 조선소나 곡물창고, 빈집 등을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리모델링해 청년들의 창업 지원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사례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신규 인력을 해당 지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하지만 입지나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토지공사(LH)는 지난 10일 경남 통영 옛 신아조선소 터에 만든 공공창업 지원공간 ‘통영 리스타트 플랫폼'의 문을 열었다. LH는 폐조선소의 기존 본관건물을 리모델링한 이 곳에서 청년·실직자·지역주민의 신규창업과 재취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중앙회와 함께 전국 20개 농촌지역의 빈 창고를 청년과 귀농·귀촌 희망자를 위한 창업공간으로 고치기로 했다. 전국 1000여 지역농축협이 보유한 공간 중 유휴 양곡창고나 폐 정미소 등 쓰지 않는 건물과 공간이 재활용될 예정이다.

원도심 빈집을 개조해 만든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도심농장에서 농장 관리자가 재배하는 버섯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미추홀구 용현동 일대 빈집을 활용한 도시농장 사업 아이디어로 지난해 10월 ‘빈집 정보시스템'을 내 인천시 전체로 확대했다. 빈 집을 버섯 등을 가꾸는 농장으로 활용해 청년 일자리와 빈집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미추홀구는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개발을 추진 중인 대다수의 폐건물들이 도심보다는 외곽에 있거나 지방 소도시에 있는 경우가 많아 창업공간으로 탈바꿈한다고 해도 청년 인재들이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남 진주시가 진주중앙시장 2층에 마련해 문을 연 청년몰 ‘청춘다락'. 개점 8개월 만인 지난해 1월 점포의 절반이 문을 닫았다.

실제로 2017년 5월 중소기업청이 주관한 청년창업지원 공모사업으로 경남 진주시 진주중앙시장에 개점한 청년몰 ‘청춘다락'은 개점 8개월 만인 지난해 1월 점포의 절반이 문을 닫았고 올해 들어서는 2곳 정도만 영업 중이다.

청춘다락은 국비 등 총 3억5000만원(시비 2500만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14개의 점포가 문을 연 초창기에는 진주시의 홍보 등으로 활기가 돌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전통시장 2층에 문을 연 점과 교육 부재, 진주시의 미미한 사후 관리 등이 실패 요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창업 공간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실제 창업을 활성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사업을 하기 좋은 입지여야 하는것은 물론, 전문기관 컨설팅 등 청년 창업자들을 성공으로 이끌만한 추가적인 요소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

남기범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빈집 등 기능이 쇠퇴한 장소에 새 역할을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장점이 있다"면서도 "창업공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을 도와줄 수 있는 주변 어메니티(Amenity·생활편의시설)인데 폐공간은 아무래도 활력이 낮고 교통도 편리하지 않은 지역이 대부분인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지역에서도 창업 붐을 일으키는 시도는 좋지만, 최소한의 창업이 유지되고 그 기업이 상업화 될 수 있을때까지 지원해줄 수 있는 중개 사업 등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상화 한국국제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단순히 빈 집이 비어있다고 해서 외진 곳에 청년 창업 시설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생색내는 행정보다는 폐업률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창업환경을 조성하는 데 더 힘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