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채용비리 관련 재판을 받고 있어 법률 리스크가 있었지만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회장 유고시 컨틴전시 플랜이 충분하다고 보고 조 회장의 연임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13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에서 5명의 회장 후보에 대한 면접을 진행한 뒤 조용병 현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결정했다. 5명의 후보는 조 회장을 비롯해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민정기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이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이만우 회추위원장은 조 회장에 대한 연임을 결정한 뒤 가진 브리핑에서 "지난 3년간의 신한금융 실적이 연임 결정에 반영됐다"며 "회추위는 회장을 추대한 게 아니라 아시아 리딩그룹으로 발전하기 위한 용병을 뽑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전체 순이익이 역대 최대인 3조1567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7년 만에 3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KB금융그룹을 제치고 국내 1위 금융그룹에 올랐다.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인수 등을 통해 비이자이익 부문을 늘린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위원장은 "신한금융은 위험관리 차원에서 굉장히 보수적으로 경영을 관리하는데도 전체적인 성과가 좋았다"며 "신한의 장래를 위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조 회장이 안고 있는 법률 리스크에 대해서는 회장 유고시 컨틴전시 플랜이 확실하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상태다. 내년 1월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신한금융 회추위에 조 회장 연임과 관련한 법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상법에 보면 대표이사 유고시 이사회가 얼마든지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다시 선임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컨틴전시 플랜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 걸 회추위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대표이사 유고가 어떤 상황을 뜻하는 것인지에 대해 '법정구속'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회장 후보들에 대한 최종 면접에서 금융권의 젠더 이슈에 대한 해결방안을 물었다고도 했다. 그는 "은행 창구에는 여직원이 많은데 위로 올라갈수록 남자들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금융회사가 젠더 불균형이 가장 심하다"며 "단기간에 젠더 불균형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를 5명의 후보에 모두 물었다"고 했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이날 오후 조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의결할 예정이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선임되면 조 회장의 두 번째 회장 임기가 시작된다.

조 회장은 이날 오전 면접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기본에서 다시 출발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3년 동안 회장을 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지만 원점에서 다시 잘 준비했다"고 말했다. 3년 전 조 회장과 회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은 이날 면접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승복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