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그린북 , "생산과 소비 증가세, 수출과 건설투자는 성장제약 요인"

정부는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낙관적인 경기진단을 제시했다. 하지만 1%대 후반(전년 동기비 1.8%)에 불과한 민간소비 증가율은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경기를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 신선대 수출항 전경.

기획재정부는 13일 발간한 ‘2019년 12월 최근 경제동향(일명 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과 건설투자가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과 건설투자는 부진하지만 서비스업 등 생산부문과 소비는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3%, 전년동월보다 0.7%가 늘었고 3분기 민간소비는 전기보다 0.2% 전년동기보다 1.8%증가했다.

기재부는 이어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교역 및 제조업 경기 위축 등으로 세계경제가 동반 둔화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협상의 향방,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회복시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했다.

향후 정책 대응 기조와 관련해서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금년 남은 기간 이・불용 최소화 등 재정집행과 정책금융・무역금융 집행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내주 발표 예정인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경기반등 모멘텀 마련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10월 산업활동동향 지표에서 생산, 설비, 투자 부문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해 연간 GDP성장률이 2%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 "산업활동지표만을 갖고 2%성장이 힘들다고 평가하는 것은 너무 빠른 평가"라며 "정부는 재정 집행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2%이상 GDP 성장을 위해)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달 그린북에서 지난달과 같이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는 진단은 없었다. 기재부는 지난 4월 이후 7개월째 ‘부진이 지속된다’는 진단을 유지하다 지난달 그린북에서 ‘부진’이라는 문구를 뺐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고 반등하는 일만 남았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인식에 기재부가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수출’과 ‘건설투자’가 경제성장 제약요인으로 꼽혔다. 수출이 작년 12월부터 지난 11월까지 1년 내내 감소했다. 다만 이달 들어 1~10일까지 관세청이 잠정집계한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7%(9억2000만달러)가 증가하며 반등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중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다만 수출 회복이 본격화되는 시기와 관련해서는 다소 견해차가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안에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한국은행은 국내 주력 수출제품인 반도체 수출이 내년 중반이 돼야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봤다.

정부가 성장 제약요인으로 꼽은 건설투자(GDP 잠정치)는 올해 3분기 전기에 비해 6.0%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7%가 줄었다. 건물건설(전기비 -6.4%)과 토목건설(전기비 -4.9%)이 모두 감소했다. 특히 1,2분기에 전기보다 0.6~0.7%감소했던 건물건설의 감소폭이 확대됐다. 다만 11월 건설투자는 전월보다 1.7%상승하며 소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그린북에는 백화점, 할인점, 온라인 매출액의 증가와 소비자심리지수 상승, 방한 중국인관광객수 증가 등이 11월 소매판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포함됐다.

9월과 10월 전년동월보다 줄었던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은 11월 상승전환했다.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동월보다 3.3%상승했고 할인점 매출액도 2.5%늘었다. 11월 온라인 매출액도 전년동월보다 2.9%가 늘었다. 다만 증가율은 전월(5.4%)보다 감소했다.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연속 100을 밑돌던 소비자심리지수는 11월 100.9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넘으면 경기가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한 가구가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보는 가구보다 많다는 의미다. 중국인 관광객 방한은 11월 들어 전년동월보다 30%가 늘었다.

정부가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 증가 등을 근거로 경기가 완만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너무 낙관적인 진단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2%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는 굉장히 불충분한 수준"이라며 "전체 GDP의 절반 가량을 담당하는 민간소비가 최소 3~4%증가율을 보여줘야 연간 GDP성장률 2%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데 정부가 너무 긍정적인 측면만 보고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대의 민간소비 증가율로는 경제성장을 견인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진단처럼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안일한 판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