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투자로 손실을 입은 기업들에 대한 배상비율이 15~41%(평균 23%)로 결정됐다. 신한은행의 배상액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감독원은 12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키코 피해 기업이 신청한 분쟁조정에 대해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하고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토록 조정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분쟁조정은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4개 피해기업과 이들에 키코를 판매한 신한·KDB산업·우리·씨티·KEB하나·대구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한다.

손해배상비율이 가장 높은 A기업의 경우 102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42억원(41%)의 배상금을 받게 된다. B기업은 손실금 32억원의 20%인 7억원을 배상받는다. C기업(손실금 435억원)과 D기업(손실금 921억원)은 15%의 배상비율이 결정돼 각각 66억원과 141억원을 보상받게 된다.

정성웅 금감원 부원장보는 "분완전판매 관련 기존 분쟁조정사례에 따라 기본 배상비율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적용되는 30%로 했다"며 "키코 사건 관련 판례상 적용된 과실상계 사유 등 당사자나 계약의 개별 사정을 고려해 가감 조정한 후 최종 배상비율 산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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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조위는 주거래은행으로서 외환 유입규모 등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경우와 계약기간(만기)을 과도하게 장기로 설정해 리스크를 증대시킨 경우 등은 배상비율 가중사유로 봤다. ▲기업의 규모가 큰 경우 ▲파생상품 거래경험이 많은 경우 ▲장기간 수출업무를 영위해 환율 변동성을 인식할 수 있는 경우 등은 배상비율 경감사유로 인정했다.

6개 은행이 배상해야 할 총 배상금은 255억원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었다.

금감원은 은행과 키코 피해 기업에 분조위 결정으로 곧바로 통지하고 수락을 권고할 계획이다. 은행과 기업은 조정안 접수 후 20일 내에 조정안을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양측이 모두 조정안 수용할 경우 조정안은 최종 성립된다. 양측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분쟁조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재판으로 이어진다.

금감원은 이번 분조위 조정을 신청을 하지 않은 나머지 키코 피해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과 협의해 피해배상 대상 기업 범위를 확정한 후 자율조정(합의권고)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키코는 기업과 은행이 환율 상·하한선을 정해 놓고 그 범위 내에서 지정된 환율로 외화를 거래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기업은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다. 그러나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미리 정한 환율과 실제 환율 간 차액의 2배를 은행에 물어줘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에 가입한 많은 중소기업이 손실을 봤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당시 723개 기업이 약 3조3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키코 사태는 결국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피해 기업들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3년 판결에서 키코 계약의 사기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인정했다.